푸틴, 부시와'MD 설전'벌일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0면

G8(주요 7개국+러시아) 정상회담이 6일부터 8일까지 독일 동북부의 휴양도시 하일리겐담에서 열린다. 미국과 러시아 간의 미사일 배치를 둘러싼 마찰과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이견 등으로 어느 때보다 회원국 간 이해관계가 복잡하다. 회담의 키를 쥐고 있는 정상들의 역할을 통해 G8 회담을 전망해 본다.

◆푸틴의 독설=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번 회담에서 태풍의 눈이다. 그는 미국의 미사일방어(MD) 배치를 놓고 개막 전부터 회담 분위기를 냉각시키고 있다. 지난달 말 미국을 '제국주의자'라고 비난했던 그는 1일 G8 국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는 "미국이 이렇게 나올 경우 1987년 이후 폐기한 유럽 겨냥 미사일을 다시 배치할 수밖에 없다"고 위협하기까지 했다.

유럽 국가들이 협조적으로 나오지 않는다면 전선을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게다가 EU와도 여러 가지 현안을 놓고 껄끄러운 관계여서 작심하고 회담장에서 좌충우돌할 경우 회의 분위기가 시종 어두울 것으로 보인다.

◆부시의 대응=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도 강한 맞대응에 나섰다. 그는 동유럽 MD 배치 예정지인 체코를 방문해 "러시아의 개혁이 탈선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협상의 여지는 열어뒀다. 그는 "MD는 러시아를 겨냥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납득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메르켈의 중재=의장국인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MD 문제 등 주요 현안에서 다시 한번 조율사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메르켈 총리가 가장 관심을 기울이는 분야가 온실가스 감축 문제다. 메르켈은 2050년까지 1990년 수준의 절반으로 온실가스를 줄이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미국이 사실상 거부한 상태다. 미국은 그러면서 연말에 중국 등 주요 가스 배출국 회의를 제안했다. 일단 이번 회담에서는 숨을 돌리고 보자는 식이다. 회담 말미에 내놓을 공동성명에 온실가스 감축과 관련한 내용을 넣을 수 있을지는 메르켈이 미국을 어떻게 설득하느냐에 달려 있다. 과거 유럽의회 예산안 통과 등에서 보여줬던 탁월한 막후 협상력을 이번에도 보여줄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사르코지의 실리외교=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그동안 줄곧 주창해온 '실리외교'의 데뷔전을 치른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역대 프랑스 대통령과 달리 친미파지만 사안별로 미국과 보조를 맞추기도 하고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기도 할 것으로 보인다. MD 문제는 미국 쪽에 가까운 자세를 취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MD 배치가 미.러 관계를 해치지 않는다는 입장을 나타내왔다.

사르코지는 4일 "푸틴 대통령과 미사일 문제를 놓고 솔직하게 대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해 이번 회담 중 적절하게 러시아를 배려하는 제스처를 보일 가능성도 있다.

온실가스 감축에 대해서는 메르켈 총리와 보조를 맞춰 미국을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블레어의 최후 작품="물러날 사람이 뭐하러 가느냐"는 자국 내 비난 여론 속에 회담에 참석하는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는 자신의 최후의 작품을 만드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G8 국가 정상 가운데 가장 적극적으로 환경 정책을 펴온 그는 이번에 구체적인 성과를 끌어내고 싶은 욕심이 있다. 5일 메르켈 총리와 만난 자리에서도 이 같은 의지를 나타냈다.

하일리겐담=전진배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