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인 신뢰·인적교류 넓혀야/정상외교 이후 한중 경협의 과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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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한중수교와 이에 뒤이은 이번 양국간 정상회담은 역사상 획기적인 사건이기도 하지만 향후 양국 관계 진전에 영향을 미칠 중요한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이번 회담은 한반도 비핵화 선언에 대한 중국정부의 지지 등 외교적 성과 이외에도 양국간 경제협력 강화 증진을 위한 기본적인 틀을 마련하는데도 큰 성과가 있었다. 그간 민간차원에서 이루어졌던 무역협정과 투자보장 협정을 정부차원으로 공식화 했으며 과학기술협력 협정과 경제무역 기술공동위원회 설치에 관한 협정도 체결하였다. 그리고 양국 경제인들 사이에도 한중 민간경제협의회를 설치,운영하기로 합의함으로써 한중간 경제협력을 위한 바탕과 공식적 통로가 여러 차원에서 마련되었다고 생각된다.
그동안 한중간 교역은 급속히 증가하여 91년에는 58억달러에 달함으로서 중국은 한국엔 미국·일본에 이어 3대 교역상대국이 되었으며,한국도 중국에 7대 무역상대국으로 부상되었다.
NAFTA(북미자유무역협정),EC(유럽공동체) 등 경제블록화 경향과 한미간,그리고 한일간의 통상마찰 등을 감안하면 미국이나 일본과의 무역규모는 앞으로도 크게 늘어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한중간에는 경제구조적 보완성과 문화적 친밀감 때문에 경제협력의 급속한 신장은 지속될 것이다.
이에 따라 한중 양국이 추구해야 할 경제협력 분야는 단순히 교역이나 투자뿐만 아니라 기술훈련,전문가 양성,유통·금융분야까지도 당연히 포함될 것이다. 양국이 공업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산업공해나 오염방지를 위한 공동노력,자원의 공동개발,기술의 공동연구,제3국 공동진출 등 폭넓은 분야에 걸친 협력이 요망된다.
그러나 두나라 사이에 올바른 협력을 추진하려면 우선 양국 기업인들 사이의 신뢰를 구축하고 인적교류를 넓혀가야 한다. 또한 두나라 사이에 장기적이고,지속적이며 건실한 교류협력을 위해서는 산업·생산규모와 실적·고용조건·시장상태 등 경제정보의 상호교환이 선행되어야 한다.
중국측에서는 도로·항만·통신·전력 등 사회간접자본과 기간산업의 구축을 통해 외국인 투자를 유치할 수 있는 물리적 조건을 하루 빨리 갖추어야 할 것이다. 또한 중국의 각종 경제관련 법규를 정비,한국기업의 대중국 경제활동의 예측성과 안정성이 보장되어야 할 것이다.
한국측도 대중국 협력에 관한한 문제가 많다. 중국은 사회주의체제로서 대부분의 기업들이 정부의 직접적인 통제하에 있기 때문에 대외적으로 일사불란한 입장을 취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 기업인들간의 무질서한 과당경쟁이 적지 않다. 이러한 과당경쟁은 중국에도 불리하여 한국 기업인의 신뢰성에 대한 문제가 될뿐 아니라 한중간 교역·투자의 장기적이고 지속적 발전을 저해하게 된다. 특히 한중간에는 경제구조상 상호보완성이 큰 것은 사실이지만 경공업을 위시한 상당수의 업종이 경쟁관계에 있고 머지않아 노동집약적인 산업의 경우 우리가 밀리게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불필요한 과당경쟁을 사전적으로 또 자율적으로 조정하기 위해 새로 발족한 한중 민간경제협의회나 업종별 단체가 적절한 조정적 역할을 해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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