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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찰실〉<194>궤양성 대장염|수십 년 고통 주고 암도 일으키는 몹쓸 병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S대 공대 4학년생인 K군은 2∼3년전부터 시작된 피고름이 섞인 설사·복통 때문에 고생하다 올해 결국 휴학중이다. 학교 보건소등에서 대장에 염증이 있다는 소리는 들었으나 별 치료 없이 지내다가 증세가 악화돼 서울대병원으로 옮겨 검사 후 궤양성 대장염이란 진단을 받아 현재 착실히 치료중이다.
궤양성 대장염이란 대장이 온통 헐어버리는 병이다. 서구인에게서나 자주 보던 병이 요즘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도 심심치 않게 발병하고 있다.
피고름이 섞인 대변이 하루에도 십여 번씩 나오며 심한 복통이 있고 대변을 보고 나서도 시원치 않은 증세가 심해 하루종일 화장실에 들락거려야 되는 몹쓸 병이다.
이런 증상이 세균성 이질처럼 한두 주일에 끝나는 것이 아니고 수년, 수십 년간 좋아졌다 나빠졌다 하면서 환자의 피를 말리게 한다. 과거 이 병의 정체를 잘 모를 때는 약에 잘 낫지 않는 이질로 오진돼 환자가 숱한 고생을 한 경우가 많았다.
직장 내시경검사와 대장 X선 검사등으로 경험이 있는 전문의라면 쉽게 진단을 내릴 수 있다. 때로 세균성이질, 아메바성 장염, 방사선 장염등도 비슷한 증상과 검사소견을 나타낼 수 있으므로 감별에 조심해야 한다. 또 병이 심하면 입원치료를 해야한다.
피 섞인 설사가 하루 10회이상 되고 발열·빈맥·빈혈·백혈구 증가증등이 있으면 반드시 입원해 금식으로 장을 쉬게 하면서 약물치료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는 외래로 다니면서 약물치료로 족하나 병이 심하건, 심하지 않건 대부분이 장기치료를 요하므로 처음부터 경험있는 소화기 내과 전문의의 진료를 받는게 좋다.
궤양성 대장염의 또 다른 몹쓸 점의 하나는 이 병에서 대장암이 잘 발생한다는 것이다. 궤양성 대장염에 걸려 적절히 치료하지 못하면 10년쯤 후에는 3%정도가 대장암으로 악화되고 그 다음부터는 매10년이 지남에 따라 15∼20%에서 암이 생기는 악질중의 악질이다. 그렇다고 궤양성 대장염을 무서워만 할 필요는 없다. 적절한 약물치료로 대부분의 환자는 치유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귀찮고 성가신 병이나 환자의 꾸준한 인내와 의사의 정성스런 치료로 고칠 수 있는 병이란 것을 다시 한번 부언해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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