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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어디에…" 애타는 호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아기가 하루 빨리 부모 곁으로 돌아가길 바랍니다."

광주 조선대병원 간호사들이 병원에 버려진 신생아를 돌보며 아이의 부모를 애타게 찾고 있다.

지난 7월30일. 산모 문모(40.부산시 북구 만덕동)씨는 순산한 여자 아이를 신생아실에 남겨둔 채 병원을 몰래 빠져 나갔다. 문씨는 "남편과 함께 전국을 돌며 노점상을 하는데 형편이 너무 어렵습니다. 아기가 걸어다닐 때까지만 키워주세요"라는 쪽지만 남겼다.

병원 측은 이들 부부가 이미 자녀 셋을 두고 있고 일정한 주거 없이 전국을 떠돈다는 사실을 알아냈을 뿐 연락할 방법을 찾지 못했다. 혼자 내버려진 아기를 볼 때마다 측은한 마음이 앞섰던 신생아실 간호사 11명은 3~4명씩 교대 근무하면서 아기를 정성껏 보살펴 주게 됐다.

조금씩 돈을 내 분유와 옷.유모차.장난감을 사주며 돌봐 주는 사이 아기는 하루가 다르게 커갔다. 누군가 '우리 강아지'라고 부르면서 자연스레 아기의 이름은 간호사들 사이에 '아지'로 통하게 됐다.

간호사 박모(43)씨는 "우리 아지는 신생아실의 꽃이지요. 방긋 웃는 모습에 하루 피곤을 잊습니다"라고 말했다.

지난 달에는 소아과에 근무하는 30여명 전 직원이 참석해 푸짐한 선물과 떡.케이크를 마련, 백일잔치를 열기도 했다. 당초 몸무게 2㎏의 미숙아로 태어났지만 간호사들의 애정어린 보살핌에 지금은 6.2㎏나 나갈 정도로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

간호사들은 병원에서 아기를 계속 키우기에는 어려움이 많다고 보고 경찰에 엄마를 찾아달라고 요청했지만 연락이 끊겨진 상황이다. 병원 측은 다음달까지 부모에게 연락되지 않을 경우 아기를 영아보호소로 보내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수간호사 나정자(48)씨는 "그 동안 정이 많이 들어 아기와 헤어지기가 어렵지만 병원에서 무작정 돌볼 수도 없지 않느냐"며 "하루 빨리 부모 품으로 돌아가 행복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천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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