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정의 삼바축구 "이젠 올림픽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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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올림픽 금메달만 남았다."

올해 지구촌 축구계를 완전 평정한 브라질이 기세를 몰아 아테네 올림픽 금메달까지 사냥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브라질은 지난 20일 끝난 세계청소년(20세 이하)축구선수권대회의 우승컵을 거머쥐어 1년6개월 사이에 월드컵.20세 이하 청소년대회.17세 이하 청소년대회 등 국제축구연맹(FIFA)이 주관하는 세계선수권대회를 모두 석권하는 '트리플 크라운'의 위업을 이뤘다. 지금까지 어떤 나라도 해내지 못한 일이다.

단순한 '트리플 크라운'도 아니다. '3개 대회 최다 우승'(월드컵 5회.20세 이하 대회 4회.17세 이하 대회 3회)이라는 진기록까지 딸려 있다.

그런데도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한다. 올림픽 금메달이 빠졌다는 것이다. 브라질은 축구에 관한 한 세계 최강이지만 프로 선수들의 참가가 상당폭 제한되는 올림픽에서는 한번도 우승해보지 못했다. 1984년 LA올림픽과 88년 서울올림픽에서 준우승한 것이 최고의 성적이었다. 그래서 내년 아테네 올림픽 금메달을 따냄으로써 '트리플 크라운'을 넘어 '쿼드러플 크라운'을 이룩하겠다는 것이다.

브라질축구협회는 '트리플 크라운'을 자축하기 위해 23일(한국시간) 리우데자네이루의 고급 호텔에서 성대한 잔치를 열었다.

연회장에는 월드컵.20세 이하.17세 이하 대회의 우승 트로피가 나란히 전시됐다. 그 옆에는 지난주 FIFA가 수여한 '올해의 최우수팀'트로피까지 놓였다. 트로피보다 더 빛난 것은 참석자들이었다. 월드컵.20세 이하.17세 이하 대회의 주장을 맡았던 카푸.아다일톤.자웅 길레르메를 비롯한 스타들이 총집결했다.

'월드컵 3회 출전, 2회 우승'의 대기록을 엮어낸 카푸는 "어느 나라도 동시에 3개 타이틀을 모두 차지하지는 못했다. 오직 브라질만이 해냈다"고 말했다.

올림픽 대표로 발탁된 20세 이하 대회 우승의 주역 두두는 "여기에 전시되지 않은 트로피는 올림픽 금메달뿐"이라며 "내년 아테네 올림픽에서도 금메달을 목에 걸자"고 외쳤다. 우레 같은 박수와 함께 잔 부딪히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요란하게 이어졌다. 브라질 축구가 제2의 황금기를 만끽하는 순간이었다.

브라질은 통계로만 보면 세계의 중간 정도에 머무는 나라다. 1인당 국민소득은 7천6백달러(약 9백만원)를 밑돌고, 문맹률은 15%에 이른다. 그러나 브라질은 '축구'라는 단 하나의 아이콘으로 '삼바'를 전지구적 브랜드로 우뚝 세웠다.

그 배경에는 온 국민의 변함없는 축구 사랑이 있다. 1억7천만 브라질 국민 대부분은 열성적인 축구팬이며, 1천여개 축구 클럽에 등록 선수만 1백50만명에 이른다.

진세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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