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대의 마애불로 꼽히는 내금강 묘길상 앞에 선 강우방 원장.
강 원장은 지난주 초 사흘간 내금강을 다녀왔다. 금강산 관광길이 열린 지 9년 만에 개방된 내금강 일대 불교유적을 둘러보기 위해서다. 그리고 기대 이상의 성과를 올렸다.
"처음부터 마음이 설렜습니다. 외금강은 경관이 빼어난 반면 내금강에는 불교 문화유산이 많이 남아있거든요. 옛 고구려 영토의 건물은 남한 것과 다를지 모른다고 예상했는데, 과연 그랬습니다."
그가 주목한 유적은 표훈사다. 통일신라 때 처음 세워져 조선 후기 중건된 표훈사는 6.25전쟁의 포화를 피해간 몇 안 되는 금강산의 사찰 중 하나다. "무엇보다 풍광이 아름다웠습니다. 예전 모습이 잘 보존돼 있었어요. 18세기에 칠한 것으로 보이는 능파루의 현란한 단청에 넋을 잃기도 했죠."
강 원장은 특히 표훈사의 '고구려적 요소'에 감탄했다. 반야보전의 웅장한 '공포'(처마 끝의 무게를 받치기 위하여 기둥머리에 짜 맞추어 댄 나무쪽)가 대표적이다. 역동적으로 솟구치는 형태에 푹 빠졌다고 했다.
"반야보전은 표훈사의 대웅전입니다. 공포의 높이가 3m 50㎝ 가량 됐어요. 남한의 사찰에도 공포가 많이 남아있지만 그 규모.형태가 표훈사의 것에 미치지 못합니다. 웅장한 지붕부와 함께 보는 이를 압도합니다. 고구려 벽화의 '영기문(靈氣文)'을 그대로 건축에 옮겨놓은 모양새였습니다."
영기문은 고구려 벽화에 나오는 문양을 가리킨다. 강 원장은 불꽃.구름.연꽃무늬 등 고구려 벽화에 등장하는 여러 문양을 동양사상의 근간인 기(氣.생명)가 다양한 형태로 표출된 것으로 보고 있다.
표훈사 반야보전의 '공포'. 화려한 단청이 돋보인다.
강 원장의 전공은 불교미술. 그는 7년 전부터 고구려 벽화를 집중 연구하며 고구려 미술이 통일신라에 영향을 주고, 고려.조선시대로 이어졌다는 점을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일례로 고구려 영기문은 신라 성덕대왕 신종의 비천상에서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정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