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박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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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서울대선 맥아더원수 등 93명에 수여/체코대통령 “한가한 모습 보인다” 사양/미 대학장 1백개 최다… 조영식씨 21개
최근 저명 정치인·기업인 등 사회 지도층들에 대한 명예박사학위 수요가 늘면서 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달초 우리나라를 방문했던 대처 전영국총리 솜마루가 적십자국제위원회총재가 고려대·서울대에서 각각 명예 이학·법학박사를 받았고 김대중민주당대표도 18일 미 워싱턴 가톨릭대학에서 명예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우리나라는 명예박사학위를 주는 쪽으로나 받는 쪽으로나 세계 수준(?)으로 발돋움했다.
명예박사학위 제도가 생겨난 것은 1692년 미국 하버드대에서부터로 알려졌다.
해방후 우리나라에도 도입된뒤 한때 대학재정을 위해 돈을 받고 파는 엉터리 학위 남발이 사회적인 문제가 되기도 했으나 여전히 명예박사는 성공의 상징이자 최고의 영예임에 틀림없다.
서울대의 경우 「우리나라 학술 발전에 특수한 공헌을 했거나 인류문화향상에 지대한 공적을 한 사람」에게 수여하도록 한 규정에 따라 1948년 맥아더원수에게 명예법학박사를 준 것을 비롯,지금까지 모두 93명에게 명예박사학위가 수여됐다.
이중 우리나라 사람은 이승만 전대통령·이희승박사 등 4명에 불과하고 외국 국가원수급 인사들이 상당수 차지하고 있다.
브란트 전독일총리·사마란치 IOC위원장·로물로 전필리핀외무장관 등 국제적인 저명인사들 외에 육군상사 출신의 도라이베리아대통령을 비롯,티우월남대통령·가봉봉고대통령·셀라시에에티오피아황제 등 후에 권좌에서 축출된 사람들도 정부의 외교상 필요에 따라 명예법학·정치학박사학위를 받아갔다.
지난 4월 방한때 외무부가 서울대 명예박사학위 수여를 교섭했던 하벨체코대통령은 『그동안 전세계에서 이미 50여개가 넘는 학위를 받은데다 나라일이 급한 때에 대통령이 한가하게 외국에서 학위를 받는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줄 수 없다』며 완곡히 거절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명예박사학위를 소지한 사람은 모두 1백개의 학위를 가진 미국 노테데임대학장 시어도어 헤스퍼신부며,우리나라에서는 조영식경희대총장이 법학·공학·신학·철학 등 21개로 최다의 학위를 갖고 있다.
현역 정치인 중에는 정주영국민당대표가 공학·경제학·경영학·문학·정치학 등 모두 6개의 다채로운 학위를 소유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홍병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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