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기심 못 참는 면역학 대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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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끊임없는 호기심이 제 연구 성과의 원동력이 된 것 같습니다."

호암상 의학상 수상자인 서동철(46.미 스크립스연구소.사진) 교수는 실험할 때 예상 밖의 데이터가 나오면 더욱 신이 난다고 말했다. 자신의 호기심을 자극하기 때문이란다. 이 호기심은 원인과 원리를 탐구로 이어져 그를 면역학 분야의 세계적인 대가로 키웠다.

서 교수는 인체가 병원균에 대항해 싸울 수 있게 하는 T면역세포(백혈구의 일종) 전문가다. 그의 연구 결과는 암 치료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되고 있다.

"10년 전 'T세포가 흉선에서 만들어진 뒤 인체를 돌면서 무엇을 먹고 자랄까'라는 의문이 들었어요. 그 의문을 풀려고 매달린 결과 흉선에서 만들어진 T세포 중 1% 만이 정예군으로 발탁되고, 나머지는 모두 죽는다는 사실과 그 과정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습니다. 운이 좋았던 것이지요."

호암상 선정위원회는 한가지 주제를 붙잡으면 해결될 때까지 절대 놓지 않는 집요함과 탐구력이 이같은 성과를 이뤄낸 것으로 평가했다. 오늘 그의 성공에는 철저한 준비도 한 몫했다. 서 교수는 "생물은 이 세상에서 인간이 만든 그 어떤 것보다도 가장 잘 진화하고, 훌륭한 개체"라며 "생물학을 공부하기 위해 학부에서는 화학을, 대학원에서는 생화학, 그 다음에는 생물학으로 전공을 조정하는 단계를 밟았다"고 소개했다. 생명 활동의 기본은 화학이기 때문에 화학을 맨 처음 공부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서 교수는 요즘 사람의 위에 들어 있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세균이 T세포와 어떤 관계가 있는 지를 연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세균과 인간이 어떻게 공생을 하는지 T세포 관점에서 들여다 보고 있다는 것이다.

11살 때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이민한 서 교수에게 미국은 기회의 땅이었다. 그가 연구하는 분야에 수 많은 과학자가 있어 경쟁과 정보교환이 쉬웠고, 능력만큼 대접받았기 때문이다. 그는 최근 10년 동안 서울대.포항공대와 학술 교류를 해왔다. 올 여름 방학에는 포항공대에서 한 달 동안 특강을 할 예정이다.

글=박방주 과학전문기자
사진=변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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