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 샌드위치' 다시 꺼낸 삼성 이건희 회장 왜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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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호암상 시상식장에 입장하는 이건희 삼성 회장.[연합뉴스]

이건희 삼성 회장이 1일 다시 한국 경제에 경고를 던졌다. 지난 1월 사회적 화두로 던졌던 한국 경제의 '샌드위치 위기론' 상황이 더 심해졌다는 것이다. 4개월가량이 지난 시점에서 '샌드위치 위기 심화론'을 제기한 이 회장은 그 원인을 교육제도에서 찾았다.

평소 공식석상에서 말을 아끼는 이 회장이지만, 한국 재계에서 차지하는 그의 위상 때문에 가끔 던지는 그의 발언은 종종 경제계에서 큰 화두가 돼 왔다. 교육과 인재 양성 문제를 언급한 그의 이번 발언도 상당한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관측이다.

◆샌드위치 위기 해결의 열쇠는 '인재'=이 회장은 샌드위치 상황이 더 심해진 이유에 대해 교육제도를 들었다. "인재를 천재로 키워야 하는데 그게 안 된다"는 것이다. 샌드위치 상황이 심해진 이유를 교육제도에서 찾은 것은 이 회장 특유의 '압축 사고'를 보여준다. 이 회장은 고도의 기술력과 획기적인 창조성을 지닌 인재가 아니고서는 현재의 샌드위치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고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의 획일적인 교육제도로는 인재에 대한 기업의 요구를 도저히 맞출 수 없다는 것이 이 회장의 시각이다. 샌드위치 위기 심화의 원인으로 교육을 언급한 것은 바로 이런 생각 때문이다.

이 회장은 평소 "한 명의 천재가 10만 명을 먹여 살린다"는 '천재 부국론'을 지니고 있다. 삼성이 다른 그룹과는 달리 파격적인 보상 체제를 운영하는 것도 이 회장의 이 같은 인재론 때문이다.

삼성이 세계적 대기업으로 성장한 이면에는 이런 인사 정책이 원동력으로 작용했다는 평가가 있다. 삼성의 경영 원칙은 '성과 있는 곳에 인센티브 있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기업은 (인재 육성을) 항상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학교가 담당해야 할 교육을 기업이 맡고 있는 현실을 비판한 것이다. 이는 현재 교육부의 정책 기조인 '3불 정책'(기여입학제.본고사.고교등급제 불가)에 대한 간접적인 불만의 표시로 보인다. 재계 관계자는 "이 회장은 샌드위치 위기 해결을 위해서는 기업뿐만 아니라 국가와 사회 전체가 나서야 한다는 것을 주장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샌드위치 압박 현실화=이 회장의 위기감 이면에는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는 한.중.일 삼국의 경쟁 상황이 있다. 디스플레이.반도체.조선.자동차 등 한국 주력 산업의 현실은 잠시의 방심도 허용되지 않고 있다.

LCD의 경우 3분기 이후 패널 부족이 예상되면서 일본과 대만 업체들의 설비 투자가 본격화되고 있다. 일본 샤프는 최근 5000억 엔(약 4조원)을 들여 2009년까지 10세대 생산 공장을 일본 오사카에 건설키로 했다. 세계 4위의 LCD패널 생산업체인 대만 치메이(CMO)도 7.5세대 신규 설비 투자에 나설 계획이다.

조선 분야에서도 중국이 무서운 속도로 쫓아오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선박 건조량 기준으로 일본을 제치고 세계 2위에 오른 데 이어 올 1분기에는 선박수주량에서 한국을 제치고 1위에 올라섰다.

중국은 이미 LNG선과 초대형 컨테이너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 건조 기술을 확보해 '기술 면에서 한수 위'라는 한국을 긴장하게 하고 있다. 무역 수지에서도 지난해에 비해 중국과의 무역 흑자는 줄어들고 있는 반면 일본과의 무역 적자는 늘어나고 있다.

이현상.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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