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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격 시위에 "2억 배상" 판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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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유한양행은 2004년 3월 경기도 군포시에 있는 공장부지 2만8000여 평을 S건설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S사는 계약금과 중도금 257억원을 냈다. 하지만 당초 아파트를 지으려 했던 S사는 해당 부지에 아파트 건설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뒤늦게 알고 매매계약 해지를 통보하고 계약금 등을 돌려줄 것을 유한양행 측에 요구했다.

유한양행은 이를 거부했다. 공개입찰 당시 '입찰자는 모든 현장 여건을 충분히 파악한 뒤 입찰에 응해야 하며 이를 숙지하지 못한 책임은 입찰자에게 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S사는 법적 절차를 밟는 대신 과격 시위를 선택했다. 지난해 2월부터 직원 200여 명을 동원해 서울 대방동 유한양행 사옥 앞에서 확성기와 대형 스피커를 틀어놓고 '부도덕한 토지 매매계약 전면 철회하라'며 시위를 벌였다. 사옥을 향해 계란과 오물을 던지는가 하면 가스통과 굴착기까지 동원해 위협했다.

한 달 뒤 법원이 S사에 '유한양행 사옥에 진입하거나 오물.확성기.현수막 등의 사용을 금지한다'는 가처분결정을 내렸지만 꼼짝도 하지 않았다. 시위대 30여 명은 계속 시위를 벌이면서 유한양행 직원들과 몸싸움까지 벌였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6부(부장판사 김충섭)는 유한양행이 S사와 이 회사 임원들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S사는 유한양행에 2억1000여만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고 1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S사와 임원들은 시위 과정에서 불법 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할 의무가 있는데도 과격한 시위를 벌이게 했다"며 "이는 헌법과 법률에서 허용하는 한계를 일탈하는 집회와 시위로서 위법하다"고 밝혔다.

이어 "부동산 매매계약이 유한양행의 잘못으로 인해 해제될 만한 아무런 사유가 없는데도 유한양행이 부도덕한 기업이라는 취지의 현수막을 내걸어 명예를 훼손하고 업무를 방해했다"고 덧붙였다.

최근 법원은 과격 폭력시위에 대한 엄정한 판결을 내려왔다. 광주지법은 올 3월 공군이 '광주공항 패트리엇 미사일기지 폐쇄 공동대책위원회'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철조망 800m 등을 파손했으므로 34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박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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