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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비즈] 드라이어, BMW 개발·구매 담당 사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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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최근 세계적인 자동차 업체들은 1만 달러(약 930만원) 이하 저가 차 개발 경쟁에 몰두한다. 르노.닛산.도요타.GM 등 메이저 업체에다 인도의 타타모터스까지 가세해 경쟁의 불을 지폈다. 타타모터스는 지난해 말 300만원 대 저가차 개발 계획을 발표했다. 현대자동차도 이달 초 중국에서 500만원 대 저가차를 개발하고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저가 차 바람은 고급차 시장에도 불어닥치고 있다. 프리미엄 브랜드인 벤츠.BMW.아우디 등도 2만 달러(약 1900만원)대 저가 프리미엄 차를 속속 개발한다. 지난달 20일 독일 뮌헨에서 열린'BMW 드라이빙 데이 30주년'기념식에서 크라우스 드라이어(51.사진) BMW 개발.구매 담당 사장은 "프리미엄 브랜드의 저가화는 시장 확대에 중요한 의미가 있다"며 "2만 달러 대 1시리즈를 비롯해 이런 류의 차를 계속 내놓겠다"고 말했다.

최근 벤츠가 크라이슬러를 매각한 데 대해 그는 "BMW도 1994년 영국의 대중 브랜드인 로버자동차를 인수해 실패한 경험이 있다"며 "당분간 새로운 브랜드 인수나 대중차 시장 진출은 고려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BMW는 덩치를 불리려고 로버자동차를 인수했다가 6년 만에 70억 유로(약8조7000억원)의 손실을 보고 단 10 파운드(약 1만8000원)에 매각한 경험이 있다.

BMW는 일찍이 55년에 경기침체로 고급차 시장이 쪼그라들자 1만 달러 미만의 2인승 저가차 '이세타'를 시판한 일이 있다. 당시 2기통 오토바이 엔진을 단 이 차는 폴크스바겐의 '비틀'과 함께 가장 저렴한 차였다. 3년 동안 4만1984대가 팔렸다.

드라이어 사장은 독일 카를스루에 대학에서 박사를 받고 85년 BMW에 입사해 개발.구매 분야에서 줄곧 일했다. 6명의 BMW 그룹 이사회 멤버에 들어간다. BMW는 근로자 정년이 65세인데 비해 최고경영진은 60세다. 50년 넘게 이어온 이 전통은 독일 기업에서도 유일하다. BMW 주식의 60% 이상을 보유한 콴트 일가가 만든 전통이다. 지난해 헬무트 판케 회장은 60세가 되자 "앞으로도 계속 회장직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2002년 취임 이후 줄곧 최고의 이익.매출 기록을 경신해 왔다. 하지만 대주주는 "BMW의 전통에는 예외가 없다"며 지난해 10월 교체를 단행했다. 신임 회장은 노르베르트 라이트호퍼(50) 생산담당 사장이 맡았다. 반면 일본 도요타는 2005년 일반직 정년을 65세로 5년 늘렸다. 통상 사장.회장은 60세가 돼야 맡고 70이 넘어야 회장에서 퇴임한다.

드라이어 사장은 BMW의 이런 전통에 대해 "경영진 교체는 대주주 고유의 권한"이라며 "이사회의 경영진 정년 연장 논의는 아직 없다"고 말했다. BMW의 끊임없는 발전은 활발한 세대 교체로 인해 가능했다는 경영철학이 뿌리깊다는 이야기다. BMW는 지난해까지 50년 흑자 행진을 이어왔다. 지난해 137만4000대의 차를 팔아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2% 성장한 490억 유로(약 61조)에 달했다.

뮌헨=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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