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틈타 기습 직장폐쇄/부산 삼화 범일공장/대량실직·마찰일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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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올들어 90억 적자에 77억 체임
【부산=강진권기자】 부산의 대표적 신발업체로 경영난을 겪어온 (주)삼화의 범천2동 1290 범일공장(대표회장 김영주)이 임금 77억여원을 체불한 가운데 추석연휴로 근로자들이 출근하지 않은 틈을 이용,15일 전격적으로 직장 폐쇄조치를 해 종업원들의 대량실직이 우려되고 있다. 회사측은 이날 직장폐쇄조치후 발표문을 통해 『범일공장의 운동화생산라인 12개를 폐쇄하는 대신 장화생산라인 5개를 가동시키고 있는 부산 금사공장으로 전체종업원 2천7백여명중 1천여명과 운동화라인 3개를 옮겨 21일쯤부터 작업에 들어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회사측은 지난달 1일 경영난을 이유로 부산지방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했다가 14일 자진철회한뒤 하루만에 사무직근로자 1백50여명만 출근시킨 가운데 김 회장이 직장폐쇄를 전격발표,20일까지 연휴중인 근로자들이 출근할 경우 거센 마찰이 예상된다.
올 2월부터 종업원들에게 월급을 제때 지급하지 못할 정도로 극심한 자금난을 겪어온 삼화는 현재 범일공장 2천7백여 종업원들의 8월분 월급과 봄·여름 보너스 각 50%씩,지난해 연·월차수당 등 모두 77억여원을 체불하고 있으며 앞으로 범일공장 근로자 1천7백여명이 퇴직할 경우 지급해야할 퇴직금만도 1백여억원이나 될 것으로 알려졌다.
「범표」신발로 잘 알려진 이 공장은 특히 지난해 여름 태풍 글래디스로 금사공장이 침수,1백10억원의 재산피해를 본데다 최근 수출주문량까지 크게 줄어 올들어서만도 8월말 현재까지 90여억원의 적자를 내는 등 어려움을 겪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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