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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부산 26시간(교통난 이대론 안된다: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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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황영조보다 느린 고속도/명절·연휴되면 주차장 방불/인구분산·차량억제 등 근본대책 있어야
추석연휴,전국의 「귀성몸살」이 끝났다.
그러나 나흘간의 황금연휴중 고향찾아가는데 하루,오는데 하루 등 절반이상을 길에서 허비한 수많은 시민들과 휴가를 끝내고 돌아와서도 흐트러진 생활과 업무리듬을 원상으로 되돌리는데 남모르게 고충을 겪고 있는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해마다 정도를 더해가는 「귀성전쟁」의 갖가지 행태를 이대로 되풀이하며 이어가도 좋은지 심각한 회의와 반성이 제기되고 있다.
무엇보다 문제로 인식되는 것은 더이상 어떻게 해볼 길이 없는 교통대란의 상황이다.
연휴기간중 가장 교통체증이 심했던 10일 오전 10시 승용차로 여의도를 떠나 경부고속도로를 이용한 정모씨(31·회사원)는 이튿날 정오가 돼서야 부산고향집에 도착할 수 있었다. 자그마치 26시간. 이는 시속 16.5㎞ 속도로 황영조선수가 지난번 바르셀로나올림픽 마라톤 우승 당시 달린 시속 20㎞보다 훨씬 느린 「거북이 행진」이다. 이같은 어이없는 상황은 정씨의 경우만이 아니라 귀성·귀경길 대부분 시민이 비슷하게 겪었다. 그야말로 고속도로는 「초저속도로」로 변하고 국도는 거대한 주차장이었다. 경찰청의 분석에 따르면 귀성기간중 고속도로의 차량운행속도는 경부고속도로가 평균 시속 38㎞,중부고속도로가 시속 41㎞로 지난해 귀성때보다 경부는 20㎞,중부는 19㎞ 정도 평균시속이 떨어졌다. 특히 귀성차량이 한꺼번에 몰린 10일 오후 신갈∼수원,남이∼회덕 등 일부 구간에서는 평균시속이 10㎞까지 떨어졌으며 수도권 발안∼안중 국도구간은 걷는 것이나 비슷한 시속 5㎞의 「신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4천만 인구의 절반인 「2천만의 민족대이동」으로 불리는 귀성 교통전쟁은 그러나 3개월전 차표예매에서부터 시작된다.
귀성이 시작되면 경찰은 예의 비상근무에 들어간다. 이번 연휴기간 경찰은 하루 9천여명씩 연인원 3만6천여명의 인력을 교통정리에 투입했다.
수도권일대 고속도로·국도 상공에는 경찰헬기 12대가 떠다니며 환자수송과 교통정리를 맡았고,순찰 오토바이들이 차량사이를 오가며 정체에 지쳐 아예 잠들어버린 운전자를 깨우고 다녔으며 귀향·귀경 교통방송이 9일부터 하루종일 계속돼 마치 전시를 방불케 했다.
말 그대로 전국이 전쟁 상황이 되고 전사회가 몸살을 앓는 것이다. 연휴기간 사회기능이 일시 중단되는 것은 물론 연휴가 끝나도 후유증은 남는다.
우리사회에서 이런 소동은 추석만이 아니다. 설날에도 비슷한 규모로 되풀이 된다. 과연 이럴 수밖에 없나,언제까지 이래야 하나.
이같은 연례적인 「민족대이동」 소동은 문화전통과 사회여건이 복합된 우리사회만의 특수한 현상이다. 원천적인 문제는 인구의 수도권집중과 그에 따르지 못하는 교통시설 등 사회간접자본의 투자다.
이와 함께 「베드타운」 성격의 분당·일산 등 5대 신도시 조성과 서울 위성도시들의 거대화로 수도권일대 교통은 거의 해결불능상태다. 전문가들은 시민의식과 제도·시설 등 혁신적인 개편 없이는 연휴때마다 반복되는 전국적인 소동에 묘수가 없다는 진단이다.<이규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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