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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 뺏긴 추석연휴… 진풍경 속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9면

◎차 시동꺼놓고 토끼잠/막힌김에 고스톱·술판/주전부리 이동 「노점」 수입짭짤/“도저히 못가겠습니다” 고향 부모에 전화후 차 돌려/초만원 휴게소서 부부이산… 교통방송이 상봉주선
한가위 연휴 전국 고속도로가 주차장이 된 귀성전쟁에 이어 12일 오후부터 또 한차례 귀경 교통전쟁이 벌어졌다. 특히 중서부지방의 비까지 겹쳐 12일 밤부터 대전 이북구간에서는 거북이운행과 장시간 정차사태가 계속돼 13일 오후엔 사상 최악의 상황이 벌어졌다.
귀성·귀경길이 심하게 막히자 주차장이 되다시피 한 고속도로에서는 차량까지 동원돼 주전부리를 파는 「이동노점」이 짭짤한 수입을 올렸으며 교통방송은 최대규모의 「입체 교통안내 작전」을 벌여 큰 도움을 주기도 했다.
◇정체=도로확장 공사중인 경부고속도로 안성∼오산구간,영남·중부고속도로가 만나는 호법인터체인지 부근은 속도가 시속 10㎞ 미만으로 떨어져 큰 혼잡이었고 12일 오후 7시 진주를 출발한 차량이 11시간만인 13일 오전 6시 서울에 도착했는가 하면 대전∼서울구간만도 8∼9시간 이상씩 걸렸다.
13일 오전 2시쯤에는 귀경차량이 한꺼번에 몰려 2∼3시간동안 불과 1㎞쯤 거북이 걸음을 하자 상당수의 운전자들은 아예 시동을 꺼놓고 잠들어버리기도 했다. 이들이 수백m씩 늘어서 시야를 가리는 바람에 잠에서 깨어나 전진하기 시작한 차량이 전진할때마다 잠들어 있는 두차량사이에 빈공간이 20여m 이상 생기는 진풍경도 곳곳에서 보였다.
체증이 심하자 몇몇 차량 안에서는 지루함을 이기기 위한 가족·친구끼리의 즉석 고스톱·술판이 벌어지기도 했다. 차량이 움직이는 줄도 모른채 「게임」에 열중하느라 뒤쪽에서 짜증스럽게 경적을 울려대는 모습도 쉽게 눈에 띄었다.
혼잡중에 노상 이산가족도 생겨나 10일 오후 3시10분쯤 망향휴게소 부근에서 화장실에 갔다 차를 못찾은 주부 김모씨(35)가 40분간 헤맨 끝에 끝에 교통방송스튜디오 문을 두드려 방송을 듣던 남편과 「극적으로」 상봉하는 촌극도 있었다.
또 이날 오후부터 귀성길이 아예 주차장화하자 운전자 세명이 고향부모와 방송으로 연결해줄 것을 요청,『도저히 내려갈 수 없으니 양해해달라』며 되돌아갔으며 11일 정오쯤에는 부산에서 귀경하던 회사원 이모씨(40)가 교통방송을 통해 삼촌상 소식을 듣고 부랴부랴 핸들을 돌리기도 했다.
◇노점=봉고차를 몰고와 컵라면·코피·음료수·캔맥주·오징어·아이스크림·과자·담배 등 즉석노점을 차려놓은뒤 귀성객들을 상대로 장사를 벌인 이동노점은 손바닥 크기만한 오징어 한마리를 2천원,종이컵에 든 코피 한잔 5백원,컵라면 한그릇을 1천원에 파는 등 9일 오후 4시부터 12일 밤 12시까지 나흘만에 70만∼1백20만원의 수입을 올렸다. 특히 9일 오후 4시부터 10일 밤 12시 사이 경부·중부고속도로의 수도권 구간에 차량이 한꺼번에 몰려드는 바람에 형성된 「황금구간」에선 물건이 동이 나기도 했다.
경부고속도로에서는 10여대의 봉고차가 가족단위로 몰려와 한남대교에서부터 수원에 이르는 31.2㎞ 지점까지 진을 치고 꼬박 사흘동안 숙식해가며 장사를 했으며 중부고속도로에서도 20여대의 봉고차가 하일에서부터 46.5㎞ 떨어진 호법까지 구간에서 장사를 하는 모습이었다.
이들의 등장은 교통체증으로 인한 추석 인파의 짜증·지루함을 풀어주는데 한몫 하기도 했지만 팔고난 식품들의 찌꺼기·포장지 등이 그 자리에 마구 버려져 고속도로 환경을 크게 훼손시키기도 했다.<오영환·김동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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