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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장애인올림픽 참가 조일묵선수단장(일요인터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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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88」때 보여준 성원 식어 씁쓸”/올림픽 개최국 답게 매경기 최선/장애보다 편견 심한게 더 서러워
바르셀로나에서 열리고 있는 제9회 장애인올림픽(3∼14일) 한국선수단장 조일묵씨(56)는 본사에 전화를 걸어 『우리 선수단이 88서울올림픽 개최국민답게 잘 해내고 있다』고 알려왔다.
­88서울올림픽때 국민들이 장애인선수들에게 쏟은 지원열기가 상당했던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이번에는 냉랭한데 대해 복지체육회 상근부회장겸 선수단장으로 느낀 바가 적지 않을텐데.
▲그렇습니다. 88대회때는 선수단에게 약 1백50여명이 십시일반으로 4억5천여만원을 격려금으로 내놓았는데 이번에는 격려자도 약 60명에 불과하고 격려금도 김석원한국장애인복지체육회장이 낸 2억원을 포함해 3억원정도에 그쳤습니다.
몸이 멀쩡한 일반 선수들에게 더많은 관심이 더 쏠리는게 당연하지 않겠는가 생각하면서도 그들과 함께 지내온 사람으로 외로움을 타지 않을 수 없는게 솔직한 심정입니다. 1백만 장애인의 쓸쓸함은 말할 것도 없겠지요.
­왜 이렇게 무관심해졌다고 생각하십니까.
▲사실 88대회 때의 열기는 「반짝열기」였다고 봅니다.
올림픽을 유치한 국민으로 일반선수들에게 쏟은 관심의 일부를 장애인들에게 돌린 것 아니겠어요. 근본적으로 장애인들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관심이 없는 한 앞으로도 그때와 같은 지원열기는 기대할 수 없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올림픽유치가 결정되고 84년 6월 장애인올림픽조직위가 창설된 후에도 무관심이 가시지 않았습니다. 당시 조직위 사무총장으로 들어가 김포공항에서 잠실운동장에 이르는 길목의 쇼핑센터·호텔 등 50군데를 골라 조사한 결과 장애인 편의시설이라고는 한군데도 없음을 확인하고 몹시 비통해 했던 기억이 아직 생생합니다.
­그같은 국민들의 장애인에 대한 무관심과 그릇된 인식을 바로잡는 비결이랄까,방법같은 것은 없을까요.
▲저도 장애인이 아니기 때문에 감히 이런 말을 할 수 있지만 정상인들도 모두 「예비장애인」이라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최근 보건사회연구원에서 조사한 결과를 보더라도 장애인의 90%가 후천성이라지 않습니까.
과거 올림픽을 2연패해 전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에티오피아의 「맨발의 마라토너」 아베베가 교통사고로 다쳐 장애인올림픽에 양궁선수로 참가했던 예를 굳이 들지 않더라도 정상인도 뜻밖의 사고를 당할 수 있다는 점을 지나쳐서는 안될 줄 압니다.
­장애인과 가까운 관계자의 눈으로 볼때 장애인에 대한 일반인의 가장 심한 편견은 어떤 것일까요.
▲아무래도 장애인올림픽과 관련시켜 볼때 「장애인이 어떻게,무슨 운동을 하느냐」는 그릇된 시각인 것 같습니다. 88대회를 앞두고 만난 정부공무원들조차 잘 이해를 못했을 정도였으니 일반 국민들은 오죽하겠습니까. 어떤 사람은 「당신 머리가 좀 돈 사람 아니냐」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그때 어떤 생각을 하셨나요.
▲81년 일본 동경의 제1회 국제장애인기능올림픽대회를 앞두고 가진 국내대회때의 일입니다. 당시 선수단장이었던 저는 파란 수의를 입은채 출전,금메달을 딴 복역수 두사람에게 꽃다발을 안겨주도록 대한적십자사 청년봉사회 여학생들에게 부탁했어요. 그랬더니 그들이 감격해 엉엉 울면서 『전과딱지를 붙이고 나갔더니 부모·형제들까지 차가운 눈총을 보내는 바람에 일부러 죄를 저지르고 다시 들어왔다』고 털어놓더군요. 전과자에 대한 눈총못지않게 심한 장애인에 대한 편견·무관심이 그들을 정신까지 멍들게 하고 있다고 믿게 됐습니다.
­그렇다면 장애인도 방안에 틀어박혀 있거나 소외감에 휩싸여 있을 것이 아니라 운동 등 활기찬 생활을 해야 한다는 점을 장애인·일반인 모두에게 인식시킬 필요가 있다고 보는데.
▲장애인에게는 직업재활·의료재활 이전에 스포츠가 중요합니다. 스포츠는 스트레스해소외에 뚜렷한 치료적 효과가 있습니다. 실제로 우리 장애인들을 보면 운동을 시작한뒤 『이젠 약을 안먹어도 될만큼 상태가 좋아졌다』는 말을 하고 운동전 장애인 1등급이었던 사람이 2등급으로 개선되는 사례 등이 매우 많아요. 아무쪼록 국민들의 깊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김영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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