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땐 실무관리 “맏며느리”/도청지방과장 어떤 자리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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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도지사 분신… 막강한 권한 진급 “0순위”
3·24총선 당시 충남도 지방과장이었던 김영중보령군수(56)가 「선거지침서」를 작성,연기군에 시달한 사실을 시인함으로써 도지사·군수 사이의 지방과장 역할이 관심을 끌고 있다.
각 도의 지방과장은 시·군행정을 종합적으로 지도·조정하는 도지사의 분신격으로 「도청의 맏며느리」로 불려 이번 「선거지침」도 『독자적으로 한 일』이라는 김씨의 검찰 진술과는 달리 이종국지사의 지시로 이루어졌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혹을 짙게 하고 있다.
한준수씨가 선거지침이라고 폭로한 「지방단위 당면조치사항」중에는 일반적인 공명선거관리 지침 외에 ▲개발사업 발표때 당정협조 ▲친여인사 끝까지 관리 등 각종 여당 지원 지시가 담겨 있어 이같은 의혹을 더욱 증폭시킨다.
도직제규칙에 따르면 내무국 지방과장은 주요 분장 사무가 ▲시·군 공무원 인사 ▲지방행정시책 감독·조정 ▲신·군의 기본운영계획 심사분석 ▲도·시·군의회 운영 지원 ▲선거 및 국민투표 ▲행정동향 파악 및 여론관리 등으로 돼있어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
특히 선거와 관련해서는 불법선거운동 단속,투·개표지원 등 일선 시·군의 통상적인 선거관리 감독 외에 각종 비공식적인 업무를 지도·관리해온 것이 관례여서 과거엔 「관권·행정선거」의 실행팀장이라는 오명이 뒤따랐던 자리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연기군 선거에서도 있었던 것으로 드러난 득표예측이다.
12대총선때까지만 해도 선거기간중 내무부 차원에서 3∼4차례 득표예측이 내무부 행정국장­행정과장­시·도 내무국장­지방과장­시장·군수­읍·면장­이·동장의 행정조직을 통해 이루어져 도단위에서 지방과장의 역할이 매우 컸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선거·여론관리·행정시책 감독에 인사기능까지 가진 지방과는 따라서 도지사의 결심이 있으면 특정후보 지지를 위한 「영향력 있는 선거조직」의 역량을 십분 발휘할 수 있는 「부정」 실행 사령탑으로 둔갑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처럼 비중있는 역할때문에 지방과장은 도청의 40여개 과장중 수석과장에 군수 진급 「0순위」 자리로 지역의 실정을 꿰뚫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인사권자가 수족처럼 부릴 수 있는 인물이 기용되는 것이 상례다.
또 선거를 앞두고는 도지사들의 충성도와 선거수행 능력을 평가받는 잣대로 삼아온 자리다.<대전=안남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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