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살뺄곳 많다/감축 시기상조(방위비 논쟁:3·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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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증액론/북 위협 상존·군사체계 단기개편 곤란/이필중 국방부전력계획관실
북한은 군사적으로는 주변국 및 남한국민들의 관심을 정치적 평화무드 속에 빠뜨려 놓고서는 비밀리에 군사력의 증강을 꾀하고 있다. 특히 북한은 핵무기 위협 못지 않은 파괴력을 지닌 화학무기 및 생화학무기와 이를 남한 전역 어느곳에나 운반해 폭발시킬 수 있는 SCUD 미사일 등의 가공할 무기를 보유하고 있고 이를 개량하여 1천㎞가 넘는 사정거리를 지닌 개량형 SCUD­A미사일을 시험준비중에 있어 유사시에 항상 남한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대량 살상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정치안보 환경은 변했지만 군사안보 환경은 하등의 변화가 없으며 오히려 주변국 군비증강에 따른 한국의 군사적 안보부담은 가중되고 있는 실정이다. 국방비 규모는 과거 8년간 경상규모에서 연평균 12.4% 증가했지만 실질규모는 5.93%에 그쳤으며 이는 84년 이후에는 과거에 비해 그 증가율이 약3분의 1 수준 밖에 되지 않았으며 특히 90년의 경우에는 그 규모가 감소했다.
이와 같이 볼때 흔히 막연하게 표현되고 있는 「국방비의 성역」이라는 말은 89년 이후 완전히 사라졌다.
군사력의 건설에는 계획착수에서부터 사용가능한 군사력으로 전력화 하는데는 무기체계의 경우 10∼15년,인력의 경우 15∼20년,시설의 경우 5∼10년이라는 장기간 소요로 국방력의 개선이란 안정적인 국방비의 지원 없이는 불가능하다.
91년을 기준해 장병 부식비와 일반국민의 부식비를 비교해 보면 1인 한끼당 일반국민의 평균치 5백71.1원의 55%에 불과한 3백14.08원이다. 이러한 결과 장기복무 장교 및 하사관의 전역지원자 증가율이 89년 4.1%에서 91년에는 31.2%로 급증하고 직업군인의 선호도 하락으로 군 현대화에 필수적인 우수자원의 획득이 곤란한 형편이다.
이상에서와 같이 최근 4년간의 국방비의 축소조정은 전력정비 및 운영유지 분야의 문제점 야기로 전력화 목표달성시기 지연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93년도 국방부 예산 소요규모(92년 대비 12.5% 증가)는 현재 전력의 현상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규모로 이 수준은 결국 위에서 언급한 문제점들의 해결은 어렵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국민 일부계층에서는 냉전체제 붕괴,한­독립국가연합,한중수교로 북한의 지원세력 상실 등 안보환경의 변화와 북한의 위협이 소멸되었기 때문에 기존의 전략개념에서 탈피,새로운 전략의 수립이 필요하고 이에 따라 국방비의 축소 가능성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서 명심해야 될 사실은 미국·독립국가연합의 군비축소 현실과 우리의 입장은 판이하게 다르며,또한 왜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과 일본은 군사력을 증강시키고 있으며 대만·싱가포르·말레이시아 등은 왜 군사력을 증강시키고 있느냐는 것이다.
북한의 지원세력 상실로 인한 북한의 위협은 상실되었는가. 그러나 오히려 북한의 독자적 행동반경은 넓어졌으며,또한 대남적화 노선을 불포기한 상태에서 북한의 군사능력은 한국에 치명적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되겠다.
◎삭감론/3군기구 중복·방산 과잉투자도 문제/지만원 사회발전연구소장·군사평론가
국방비 감축에는 최소한 2년간의 조기경보가 필요하다.
이같은 사실을 잘 알고있는 경제기획원이 무리인줄 알면서도 내년도 국방예산을 집중 거론하게 된 것은 국방비 삭감에 대한 여론의 압박을 그만큼 많이 받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내년도 국방예산의 최후 저지선은 지켜질 수 있을 것으로 보여진다. 그렇다고 군이 「또 한해를 잘 남겼다」는 식으로 생각해서는 안된다. 군은 지금 국방비 절약에 대한 즉각적인 노력을 강요받고 있는 것이다.
올해 군이 제시하고 있는 국방비 증액이유는 사실상 설득력이 부족하다. 그러나 내년도에도 똑같은 이유가 제시된다면 이들은 설득력을 모두 잃게 될 것이다.
국방비를 절약할 수 있는 분야는 많다. 가장 쉽게 누구의 눈에나 띌 수 있는 절약분야는 「유사기구 통폐합」이다.
이러한 통폐합의 대상은 육·해·공군 각 군에 분산된 학교,군수부대,정보부대,통신부대,중간사령부,시대에 맞지 않는 부대 등 매우 많다. 공중 및 해안감시처럼 자동화 장비로 인력을 대치할 곳들도 많다.
이러한 군살빼기 조치들은 미국에서는 수년전에 감행되었다. 만일 한국에서 같은 조치가 취해진다면 요란스러울지도 모른다.
많은 한국군 간부들은 그들의 보직을 군의 발전보다는 생계차원으로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통폐합 조치들은 전투부대에는 조금도 영향을 주는 것들이 아니다. 국방비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방산분야에서의 조치들도 많이 있다. 그 중에서 가장 큰 것은 「1품목 1업체」의 강행이다.
유럽에서는 「1품목 2개업체」란 용납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1품목 5업체」가 보통이다. 군용차량용 미션의 경우는 업체가 중복투자 했고 레이다의 경우 6개업체가 중복투자 하고 있다. 이러한 중복투자의 예는 많으며 그만큼 국방비는 3중 4중으로 낭비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군은 전투부대 인력은 건드릴 수 없는 것(Untouchable)이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지금의 전방 방어현실을 현미경적으로 분석해 본다면 6·25 이후 조금도 변함없이 고수해왔던 선방어 개념을 신사고적으로 과감히 정리해야 한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GOP부대는 드문드문 서 있는 보초나 경계인력에 불과하다. GOP대대 방어구역은 북한군 1개 사단의 돌파작전 구역과 맞먹으며 동시에 북한군 1개 군단의 첨입작전(쐐기작전) 구역과 맞먹는다.
1백55마일이라는 기다란 전선에서 돌파나 첨입지역을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는 북한군의 병력집중에 대해 GOP 경계부대는 마치 「홍수에 강아지 떠내려가는 격」이 될 것이다. 이는 우리의 주 방어부대가 방어진지에 투입될 때까지의 필요한 많은 시간을 GOP부대가 버텨줄 수 없는 것임을 짐작케 해준다.
이는 우리의 방어개념이 첨단무기에 맞는 「원거리 거점방어」형태로 속히 바뀌어져야 한다는 것을 암시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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