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통일 지렛대역할/개편되는 동북아질서(한·중 수교시대:6·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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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바뀐 주변정세로 북 변화 불가피/북서 남에 협상카드 제시가능성
한국과 중국 수교를 마무리 하고 25일 귀국한 이상옥외무부장관은 공항기자회견에서 『북방정책의 마지막 목표는 남북관계의 개선을 통한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구축과 통일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방외교의 최종목표가 아직 남아있으며 이를 위해 계속 노력해야 한다는 말이었다.
이것은 한중수교의 연장으로 남북관계에서의 획기적인 진전이 추진되고 있거나 최소한 추진되어야 한다는 한중 양국의 공감대가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번에 이상옥외무부장관이 북경에서 만난 중국의 최고위 지도자들은 하나같이 이번 수교가 한반도의 통일에 기여하게 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은 크게 주목되는 대목이다.
한중수교 협상에 참가했던 외무부의 한 관계자는 중국이 한중수교에 적극적이 된 배경을 무엇보다 한반도 문제를 주도적으로 해결해 보려는 발상의 전환에서 나온 것이라고 해석했다.
한중수교가 이루어진 바로 그날 오후 강택민중국공산당 총서기는 다나베 마코토(전변성) 일본 사회당 위원장을 만난 자리에서 미일의 대북한 수교를 촉구했다.
한중수교에 대해 일체 침묵을 지키고 있던 북한이 25일 미국에 관계개선을 촉구하고 나선 것은 북한이 이번 수교를 어떻게 보고있는가를 분명하게 보여준 것이다. 이는 당연히 중국과의 사전교감에 따른 것이라고 보인다. 중국의 이런 발상의 전환을 여러 측면에서 뜯어볼때 중국은 남북한 관계에서도 뭔가 적극적인 역할을 자임하고 나서지 않을까 하는 추측을 할 수 있다.
중국은 북한의 대서방관계,특히 미국과의 관계개선에 최대의 걸림돌이 되고 있는 북한의 핵무기 개발문제에 대해 북한측의 양보를 받아내는 대신 미일과의 관계개선을 중재하고 이와 아울러 남북관계도 평화체제를 굳히는 알선역할을 하기로 한 것이 아닌가 하는 분석이 가장 유력하다.
북한으로서도 김일성체제에서 김정일체제로의 권력이양에 대해 그동안 머뭇거려온 중국으로부터 확실한 지원을 약속받고 동시에 한국과 미일에 대해서도 「김정일체제에 대한 승인」을 보장받아야할 필요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북한은 그들의 핵무기 개발 포기를 대가로 ▲김정일체제의 지반을 굳히는 한편 ▲미일로의 출구(수교)를 보장받으며 ▲이에 따른 한반도에서의 현상유지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판단되고 있다.
유력한 미국·일본의 정보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의 핵무기 개발기술이나 시설은 초보적인데 불과해 현재로서는 더이상 끌고나가기도 어려우며 이미 지난 연말 대서방 경협확대를 시도하면서 핵무기를 사실상 포기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때문에 북한은 미국 등의 압력,국제적인 여론과 감시는 물론 중국도 달가워 하지 않는 핵무기 대신 체제보장과 대서방 통로가 확보된다면 이를 굳이 거부할 까닭이 없는 것이다. 이는 김정일이 최근 취하고 있는 경제적 실리노선과도 부합되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 지도부로서는 한중수교라는 사실 자체가 북한주민에게 줄 영향을 소화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 더군다나 앞으로 한국이 심양에 총영사관을 설치하고 신의주 바로 건너편 단동에 한국기업들이 들어가고,북한주민과 왕래가 잦은 연변에 한국의 기업·사회·종교단체들이 광범하게 들어가 북한의 바로 북쪽 중국지역이 한국영향권에 들어가는 문제 등에 대해 심각하게 대처해야할 필요에 직면해 있는 것이다. 자칫하면 체제동요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들을 북한이 어떻게 대처할는지에 대해 추측이 분분하다.
일부에서는 이 때문에 남북정상회담설 등이 다시 유포되고 있다. 중국과의 수교과정에서 북한과 관계된 고도의 기밀사항이 있다는 말이나 양상곤중국주석이 노태우대통령의 방중때 북경 이외의 지방도 돌아보라는 권유가 확대해석 되기도 한다.<김진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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