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대희] 소녀에 대한 병적 집착

중앙일보

입력

이코노미스트펄벅의 『대지』라는 소설을 읽으면 노인이 주무시는 이부자리 속에 젊은 동기(童妓)를 넣어주는 장면에 대한 묘사가 상세하게 나온다. 겨울에 썰렁한 이불 속 온도를 젊은 피로 따뜻하게 해 준다는 효심 어린 의도가 담겨 있지만 멀리 서구에서 찾아온 작가에게는 이해하기 쉽지 않은 분명 낯선 문화였을 것이다.

그러나 그 당시 중국을 비롯해 노인들에게 나이 어린 여자를 붙여주는 제도가 극동지역 국가들에 부잣집 문화의 형태로 전래되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 관계에서 섹스라는 이미지는 찾아보기가 어렵다. 그만큼 동양의 윤리벽이 높았다고 자부한다.

그런데 최근 세계의 플레이보이들이 나이 어린 파트너를 경쟁적으로 찾다 보니 어린 소녀와의 섹스에도 자연히 관심이 쏠리게 되었다. 젊었을 때는 서로 신선미가 있어 그런대로 섹스에 열중할 수 있었으나 차츰 결혼생활이 길어져 성적 견인력이 소실되면 섹스에 대한 관심은 자연히 젊고 발랄한 육체로 옮겨가게 된다.

그래서 생겨난 것이 영계론이고 이런 이유로 유흥업이 제법 짭짤한 재미를 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그런 트렌드가 지나쳐 아직 성적으로 성숙하지 못한 소녀들을 상대로 하는 매춘이 상품화되고 있는 사실이 최근 동남아 관광에서 드러났다.

수년 전 독일의 한 여행사가 소녀와의 섹스를 알선한다는 광고를 통해 참가자를 모집한 결과 순식간에 비행기 한 대 분 관광객이 꽉 찼다는 소식이 해외토픽 형태로 신문에 보도된 일이 있었다. 집에 있는 아내는 남편이 앙코르와트 사원을 관광하는 줄 알고 있는 동안 그 남편은 변태적 성이 가져다주는 짜릿함을 소녀 매춘을 통해 맛본다는 것 때문에 이런 기획상품을 개발한 여행사가 한동안 제법 성황을 누렸던 것으로 안다.

국내의 매춘굴에서도 경찰의 합동 단속에서 간혹 미성년자 창녀가 적발되는 수가 있었는데 아마도 절대적 빈곤이 그들을 그렇게 만들었을 테지만 한편에서는 일반적으로 높아진 섹스에 대한 관심이 소녀들의 탈선에 일조한다는 주장이 나돌고 있다.

여성미의 상징인 유방도 밋밋하고 성기 점막도 성인화되지 않은 미발육 상태의 육체를 성적 노리개로 삼는다는 것은 범상한 지능으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지만, 외국에서는 오래전부터 음지에서 성행하고 있다고 들었다.

그런데 이런 소녀들을 상대로 벌이는 성적 이상 현상을 의학적으로 동간증(童姦症)이라 부르는데, 성도착증 환자나 유년기의 성적 인상에서 성장 발전하지 못한 정신적 소아병자가 그 주류를 이룬다고 정신분석학자 크레프트 어빙은 지적했다.

한편, 노령의 남자에게 중국이나 우리나라 조선왕조 때 동기를 방에 넣어주던 관행은 섹스보다는 그 젊음의 정기(精氣)를 받아 젊음의 신속한 회복을 기원한다는 뜻이 담겨 있다. 그러나 섹스에 대한 과학적 탐구가 불충분하던 시절에 등장한 소녀경(素女經)의 이론이 일반에 소개되면서 젊은 여자를 상대로 중년 남자들의 외도 행각이 떳떳하게 자행되도록 사회적 분위기가 변질되었다.

동간증 환자 중에는 이런 잘못된 건강상식 때문에 빠져든 선의의 피해자(?)도 없지 않겠지만 대부분은 ED(erectile dysfunction·발기부전의 약자)에 빠진 환자, 극심한 조루증으로 섹스공포증에 빠진 남자, 한계를 벗어난 여성숭배자(feminism) 등이 많고, 이들은 남들처럼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성교가 되지 않기 때문에 천진난만한 소녀들을 속여 단지 찰음(擦淫)이나 흡음(吸淫)만 즐긴다는 것이 밝혀졌다.

문제는 이런 환자들의 정신상태가 비정상이기 때문에 이런 방법으로 흥분이 고조되면 성적으로 무능에 가깝던 자신이 여체에 오르가슴의 불씨를 피웠다는 환상에서 ‘작은 죽음’이라고 하여 가사 상태를 연기하며, 여성을 목 졸라 죽이는 불상사가 간혹 생길 수 있다. 성적 클라이맥스를 죽음의 한 형태로 착각하고 저지르게 되는 범행이다. 이런 비정상적인 섹스에서 죽음은 피할 수 없는 결말일지도 모른다.

곽대희 피부비뇨기과 원장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