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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호로역 …' 한국 출간한 일본 인기작가 미우라 시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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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일본 대중문학상 중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나오키상의 지난해 수상자는 미우라 시온(31.사진). 수상작 '마호로역 앞 다다 심부름집'은 혼자 심부름센터를 운영하는 젊은 이혼남 다다와 그의 동창 교텐을 통해 유쾌하면서도 따스한 시선으로 변두리 인생의 인간 회복을 그려낸 작품이다. 수상 당시 "현재 일본에서 '인간'을 묘사하는 능력이 가장 뛰어난 젊은 작가"란 평을 받은 그를 두고 국내 출판계는 '제2의 무라카미 하루키'라며 주목하고 있다. 한국어판 첫 출간(들녁)을 계기로 일본에서 그를 만났다.

-다다와 교텐 두 주인공의 관계를 어떻게 정의해야할까.

"친구나 애인처럼 간단히 말로 설명하는 관계만이 현실의 인간관계는 아니다. 한 마디로 설명할 수 없는 관계를 소설로 쓰고 싶었다. 서로 밀착되진 않았지만 서로에게 성실한, 일종의 가족이다. 부모와 아이로 구성된 보편적 형태만이 가족은 아니란 걸 말하고 싶었다."

-여고생이 부모를 살해하고, 초등학생에게 마약 배달을 시키는 내용이 충격적이다.

"고교생이 부모를 살해한 사건은 최근 일본에서 여러 차례 일어났다. 그러나 뉴스를 소설의 모델로 삼은 건 아니다. 초등학생에게 마약 배달을 시키는 건 순전히 내 상상이다."

-주인공들은 의뢰받은 초등학생을 마약 배달에서 구출하지만, 모든 초등학생을 구해내지는 않는다.

"지나치게 정의감을 내세우면 거짓말 같은 느낌이 든다. 그런 생각이야말로 인간을 획일적이고 극단적으로 몰아 전쟁을 일으키게까지 하는 게 아닐까. 손 닿는 범위에서 어떻게 인간을 성실히 대하는가를 그리고 싶었다."

-살인을 대하는 시각도 마찬가지다. 등장인물 중 누군가가 죽긴 하지만 굉장히 먼 곳에서 일어난 일처럼 그려지고, 죽은 사람을 동정하는 기색도 없다.

"작은 마을에서 소박한 일을 하는 사람들이기에 바로 옆에서 살인이 일어나는 건 현실적이지 않다고 생각했다. 살인은 먼 뉴스 속 이야기이고 자신들의 삶에 직접 영향을 끼치지는 않는다. 그 정도의 거리감을 두는 게 죽음을 직접 그리는 것보다 현실적이다. 살인을 긍정하는 건 아니다."

-버스가 제시간에 오는지 확인하는 일 등의 황당한 심부름 내용들도 소설을 재미있게 만든다.

"평소 자주 타는 버스가 잘 안 와서 답답한 적이 많았다. 거기서 힌트를 얻었다."

-아이들을 학원으로 내돌리는 부모 때문에 한밤중에 교통 체증이 일어나는 장면이 나온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이런 교육열을 냉소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듯하다.

"부모 마음대로 어린 시절부터 학원, 좋은 학교, 회사 등으로 이어지는 인생을 결정하는 건 좋지 않다. 난 학원에 다닐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다. 인생을 살아가는 다른 방법이 있을 것이다."

도쿄 글.사진=이경희 기자

◆ 미우라 시온=1976년 도쿄에서 태어나 와세다대학을 졸업했다. 2000년 장편소설 '격투하는 자에게 O를'로 데뷔, '월어(月魚)' '백사도' '비밀화원' '로맨스 소설의 7일간' 등을 발표했다. '내가 이야기하기 시작한 그는'으로 제18회 야마모토슈고로상 후보에, '옛날이야기'로 제133회 나오키상 후보에 올랐다. 격월간 '별책 문예춘추'에 1년간 연재한 '마호로 역 다다 심부름집'으로 제 135회 나오키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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