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인3종 경기 박명하·김애라|금실도 쇠처럼 단단한"철각부부"|96올림픽 동반 출전 꿈 부풀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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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최근 들어 부부가 함께 운동하는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대부분 배드민턴·테니스라켓을 휘두르거나 아니면 수영장을 오가며 가벼운 마음으로 심신을 단련한다.
그러나 박명하(박명하·37)·김애라(김애나·33·서울중구신당동349)씨 부부는 트라이애슬론(철인3종 경기)이라는 생소하고 힘든 운동을 하며 부부애를 쌓고 있다.
철인3종 경기란 수영1.5km,사이클 40km,마라톤 10km등 모두 51.5km를 쉬지않고 달리며 인간의 한계를 시험하는 경기로 96년 아틀랜타 올림픽에서 시범종목 채택이 유력시되는 종목.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저변인구가 3백 명에 불과할 정도로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서구에서는「21세기의 스포츠」로 각광받으며 폭발적인 인기를 누려고 있다.
박씨는 철인3종 경기를 단순히 즐기는 차원에서 벗어나 지난 16일 미사리 커누 경기장에서 벌어진 92국제트라이애슬론서울대회에서 2시간13분35초의 기록으로 1백50명의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당당치 우승하는 기쁨을 맛봤다
부인 김애라씨도 이에 질세라 10명이 겨룬 여자부문에서 3시간6분41초로 완주하며 3위로 골인, 부창부수(부창부수)라는 주위의 칭찬을 받았다.
박씨 부부가 철인3종 경기에 심취한 것은 남편 박씨로부터 비롯됐다.
김전고 재학시절 전국체전 등에 출전하며 육상선수로 활약한 박씨는 대학졸업 후 검찰공무원으로 근무하면서도 항상 운동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그러던 중 87년 우연치 TV를 통해 외국의 철인3종 경기를 접한 후 한번 도전해 봐야겠다는 의욕에 사로잡혔다.
1m74cm,68kg의 박씨는 코치도 없이 외국 서적을 통해 정보를 얻으며 독학으로 훈련해 87년 국내대회에서4위로 골인, 자신감을 얻었다.
이어 88년 일본에서 벌어진 국제 트라이애슬른대회에서 5위, 지난 7월 제주도에서 벌어진 국내선수권에서는 2위로 입상한 뒤 출전 네 번만에 마침내 정상에 올랐다.
한편 81년10월 결혼해 10세, 8세된 두 딸을 둔부인 김씨는「주말과부」신세를 면하기 위해 지난 89년2월 뒤늦게 철인3종 경기에 뛰어들었다.
『남편이 훈련 때문에 퇴근후나 주말에도 집에 붙어 있는 시간이 없어 속상했어요. 남편과 같은 운동을 하면 함께 있을 시간이 많아질 것이라고 생각했죠.』
결혼 전까지만 해도 운동과는 인연이 없던 김씨는 1m57cm,48kg의 자그마한 몸을 이끌며 이후 하루도 빠지지 않고 새벽 6시만 되면 남편을 따라나섰다.
신당동 집을 떠나 남산순환도로에 도착하면 맨 먼저 헬밋을 쓰고 사이클 연습에 돌입하는데 페달을 함께 밟으며 순환도로를 여덟 바퀴 돈다.
거리 상으로는48km정도. 집에서는 더없이 자상하고 친절한 남편 박씨가 연습 때만큼은 엄한 코치로 돌변, 지시사항을 조금만 어겨도 단번에 호통치는 호랑이 코치다.
사이클연습을 마친 다음에는 마라톤으로 종목을 바꿔15km를 함께 뛰며 신선한 새벽 공기를 가른다.
그리고 1주일에 두세 번씩 압구정동의 수영장에 들러 취약종목인 수영연습에 몰두한다. 처음에는 훈련이 너무 힘들어 몇 차례나 그만둘까 생각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부인 김씨가 적극적일 정도로 사정이 바뀌었다.
『주위에서는 왜 그렇게 힘든 운동을 하느냐고 물어요. 하지만 한번 시작하면 쉽게 그만 두지 못하게 하는 매력이 있어요.』
남편 박씨는 운동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기 위해 지난해 5월에는 10년 동안 근무하던 직장을 아예 그만두고 슈퍼마킷을 새로 시작했다.
둘이서 비디오테이프를 함께 보며 경기 력 향상을 위한 묘안을 짜내기에 여념이 없는 이들 부부의 재산목록 1호는 사이클.
일본에서 수입한 2백만 원짜리로 틈나는 대로 닦으면서 자신들의 분신인양 애지중지한다.
훈련으로 검게 탄 박씨 부부의 희망은 96년 아틀랜타 올림픽에 부부가 나란히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하는 것과 두 딸 혜진(혜진·10)·혜미(혜미)에게도 가르쳐 2대가 함께 철인3종 경기를 즐기는 것이다.
『다른 종목과 달리 수영·사이클·마라톤을 번갈아 할 수 있기 때문에 지루하지 않을 뿐더러 신체의 균형발전에도 더없이 좋은 운동입니다.』
철인3종 경기 예찬론을 펼치는 이들은 극한 상황을 경험해 볼 수 있는 이 운동이야말로 현대인에게 더 없이 좋은 운동이라고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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