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개조 밀알되겠다”/노인까지 발벗고 나서(자,이제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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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실천운동 앞장 부산 오추환옹/매일 전단들고 전철역 등서 호소/즐기던 담배끊고 비용마련/시민 호응늘자 더위도 잊어
『올바른 세상을 만들자는데 늙은이라고 뒷짐만지고 있을 수 없지요. 경우바른 사회가 되려면 무엇보다 무질서와 무책임이 사라져야 합니다.』
중앙일보가 건전한 시민의식 확립을 위해 펼치고 있는 「자,이제는…」운동이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부산에서는 이에 호응한 74세의 오추환할아버지(부산시 수안동 35의 8)가 폭염도 아랑곳하지 않고 거리에 나서 시민정신개조를 통한 사회정화에 한알의 밀알이 되고자 전도사 노릇을 하고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오옹이 최근에 벌이고 있는 캠페인방법은 「자,이제는…」을 바탕으로 자신이 손수만든 구호성전단을 들고 전철역·시장 등에서 일일이 나눠주며 동참을 호소하는 것.
오옹이 당초 이 일을 시작한 것은 5년전인 88년 4월부터.
오옹은 일제때 17세때의 어린 나이로 고향인 전북정읍에서 부산으로와 일본인 식당에서 종업원으로 일하던중 징용으로 끌려갔다.
오옹은 해방되던 해 귀국한후 『국민이 정신차리지 않으면 또 다시 나라가 망한다』는 생각에 이 일을 하기로 결심했으나 8남매를 키우느라 미루고 있다가 70세가 다 돼서야 시민을 찾아나섰던 것.
처음에는 가족들도 『주책없다』며 극구 말렸으나 오옹이 전단비용 마련을 위해 수십년째 피워온 담배까지 끊어가며 굳은 결심을 보이자 며느리·손자들까지 푼돈을 모아 보탰다.
오옹이 지금까지 전철·시장·대학가를 비롯,반상회 등을 찾아다니며 나눠준 전단은 줄잡아 50만장.
「경우 바르고 정직한 사회를 만들자」「우리문화 갈고 닦자」는 등 교과서적인 것부터 「줄을 바로 서자」「어른앞에서 담배를 삼가자」와 같이 일상생활에서 고쳐야 할 것 등 「자,이제는…」이 지적하는 내용들을 대부분 담고 있다.
오옹이 그동안 가장 안타까워했던 것은 전철역이나 아파트단지에서 잡상인으로 오인돼 쫓겨나는가 하면 애써 설명과 함께 나눠준 전단을 손자뻘 청소년들이 아예 보지도 않고 구겨 길바닥에 버렸을 때.
『하지만 백명중 한명이라도 이해해주는 사람이 있으려니 하는 믿음으로 계속 밀고 나갔더니 동조하는 사람들이 하나 둘 생겨나기 시작하더군요.』
전단을 읽고 공감,격려전화를 하는가 하면 관청·회사 등 사무실책상에 전단이 붙는 숫자가 늘면서 이제는 유명인사(?)가 돼버렸다.
특히 「자,이제는…」이 시작된 뒤부터는 젊은 주부들까지 『아이들 교육에 쓰겠다』며 한꺼번에 여러장을 요구,준비한 전단이 한시간도 안돼 동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오옹의 설명이다.
최근들어 여성들의 과대노출자제에 역점을 두고 있다는 오옹은 『죽는 날까지 열심히 뛰어 한사람이라도 더 이 운동에 동참하도록 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부산=김관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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