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감 선출(분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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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교육계에는 「장천감오백」이라는 말이 유행했다. 교장이 되려면 당시 돈으로 1천만원을 써야하고,교감이 되려면 5백만원은 써야 한다는 유행어였다. 또 다른 뜬소문으로는 한 교육감은 1년에 한번씩 교원인사가 있을 때면 병원에 입원한다고 했다. 병문안 오는 사람이 빈손으로 오겠느냐는 짐작이고 모양 사납지 않게 돈을 챙기는 수법이라고 수군거리기도 했다.
그무렵 서울시 교육감이었던 최열곤씨가 거액의 돈을 챙겨 아들 이름으로 분산 입금한 사실이 검찰조사로 밝혀지면서 뜬소문은 사실로 받아들여지게끔 되었다.
바로 이 교육감 자리가 요즘와서 다시 옛 뜬소문을 되살리는 화제로 만발하고 있다. 교육자치제의 실시로 첫 민선 서울시 교육감을 선출하는 날짜가 임박하면서 예상후보를 헐뜯는 괴문서가 나돌고 중상모략을 일삼는 유언비어가 난무하면서 추악한 선거전이 물밑에서 진행되고 있다 한다.
교육감이란 말 그대로 한 지역의 교육과 학예를 실제로 관장하는 덕망있는 교육의 책임자 자리다. 그것도 구시대의 교육감이 아니라 민주화시대의 첫 민선 교육감 선출이라는 의미 깊은 시작이다.
이 시작부터 구시대를 능가하는 추악한 소문과 혐오스런 행태가 물밑에서 일어나고 있다면 큰 일이라도 보통 큰일이 아니다. 어떤 사람들은 현행 교황식 선출방식이 잘못되어 일어나는 부작용이니 제도를 고쳐야 한다고 주장하고 주민 또는 교원단체가 직접 뽑는 방식이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후보자격이 20년 넘는 교육경력자라면 후보대상은 뻔한 형편이다. 제도가 문제인게 아니라 교육감이 되기 위한 후보들의 자세,교육현장의 풍토가 더욱 한심한 것이다. 세상이 다 무너져도 교육만은 바로서야 한다는 국민들의 기대를 교육감 후보들이 스스로 무너뜨리고 있다면 그 사실 자체가 우리 교육의 붕괴를 뜻한다.
26일이면 있을 서울시 교육감 선출이 교육의 타락성을 드러내는 자리여서는 안된다. 새 교육의 시작을 뜻하는 참신한 풍토로 탈바꿈 하려면 먼저 이번 교육감 선출에서라도 후보 스스로가 전면에 나서서 서로의 교육정책 의지를 밝히면서 공정한 경쟁이 되게끔 자정선언 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권영빈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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