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자 '체니 딸' 아들 낳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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딕 체니 미국 부통령(右)이 23일 부인 린과 함께 동성애자인 딸 메리가 낳은 외손자 새뮤얼 데이비드 체니를 공개하고 있다. [워싱턴 로이터=연합뉴스]

딕 체니 미국 부통령의 딸로 평소 동성애자임을 공개적으로 밝혀온 메리 체니(37.아메리카온라인 부사장)가 24일 엄마가 됐다.

메리는 이날 워싱턴 시내 시블리 병원에서 3.8㎏의 남아를 순산했다. 메리는 아기에게 새뮤얼 데이비드란 이름을 붙였고 성은 자신의 성을 따르도록 했다. 그는 아기를 낳은 직후 "나와 동성 파트너인 히더 포(45)가 아이의 부모이며, 우리는 가정을 이루고 살 것"이라고 밝혔다. 동성 부부.부모임을 선언한 것이다. 메리가 어떻게 아기를 가졌는지, 아이의 생물학적인 아버지는 누구인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메리는 15년째 포와 관계를 유지해 오고 있다.

체니 부통령 부부는 이날 병원을 방문해 손자와 기념 촬영을 했다. 부통령실도 "체니 부통령은 손자의 탄생에 즐거워하고 있다"고 공식 발표했다.

2004년 대선 때 체니의 선거 보좌관으로 뛴 메리는 지난해 펴낸 자서전 '이젠 내 차례'에서 동성 결혼 합법화를 지지하는 자신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평소 "결혼은 남녀의 결합이며, 아기는 남녀로 이뤄진 가정에서 길러야 한다"고 말해 왔다.

2004년 대선에서는 동성 결혼 금지 개헌안을 추진해 복음주의 기독교도 등 보수세력의 몰표를 얻기도 했다.

ABC방송 등 미국 언론들은 이날 그런 부시 대통령에게 "부통령 딸이 동성 부모가 됐는데 소감이 어떠냐"고 공세를 폈다. 부시 대통령은 "부통령 가족의 개인적 사안"이라며 즉답을 피한 뒤 "메리를 잘 아는데, 그녀는 사랑스러운 어머니가 될 것"이라고만 말했다. 그러면서도 "(동성 부부를 포함한) 모든 사람이 정부로부터 공정한 처우를 받고 있는지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체니 부통령의 딸 메리(左)와 15년째 사귀고 있는 그의 동성 파트너 히더 포. [뉴욕 AP=연합]

뉴욕 타임스 매거진 등 미국 언론들은 메리가 게이 남성의 정자를 받아 아기를 가졌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게이 남성이 레즈비언에게 정자를 제공하는 것은 미국 동성애자 커뮤니티에선 상당히 일반적인 일이다. 아이를 바라는 심정을 서로 잘 이해하기 때문이다. 그 대가로 아기를 원하는 게이 커플을 위해 대리모가 돼 줄 것을 요구하기도 한다.

미국의 동성 커플들은 과거엔 아이를 입양해 키웠으나 요즘엔 이렇게 남의 정자나 대리모를 통해 아이를 직접 낳아 기르는 경우가 급증하고 있다. 2000년 조사에 따르면 레즈비언 커플의 34%, 게이 커플의 22%가 이 같은 방식으로 아이를 얻었다는 것이다.

워싱턴=강찬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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