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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값만 올린 '분당급 신도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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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경기도 용인시 남사면에서 부동산 중개업을 하고 있는 김모 사장은 "정부가 원망스럽다"고 말했다. 한 달 전까지만 해도 평당 30만원이던 밭이 최근 70만원으로 호가가 올라갔다.

정부가 추진 중인 분당급 신도시 후보지로 남사면이 자주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땅값이 올라 좋은 건 땅 주인일 뿐 자신의 입장에선 가격 급등으로 도무지 거래가 성사되지 않는다는 것.

김 사장은 "정부가 특정 시점(6월)을 정해 놓고 신도시 후보지를 발표하겠다고 해 놓은 뒤부터 여기저기 땅값이 들먹거리고 있다"며 "이러다 남사면이 후보지에서 탈락하면 충격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분당급 신도시로 거론되고 있는 지역의 땅값이 '고공비행' 중이다. 신도시 후보지는 모두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있어 관할 지방자치단체장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도 거래는 활발히 이뤄졌다. 타인 명의를 빌려 거래했을 가능성이 큰 것이다.

24일 건설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4월 전국의 땅값 상승률은 1.22%로 비교적 안정됐다.

하지만 신도시 후보지의 땅값은 평균 2%대의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오포가 속한 광주는 4개월 동안 2.7% 올라 전국 평균의 두 배를 훌쩍 넘었다. 양주도 2.3% 상승했다. 강남 대체 효과가 클 것으로 점쳐지면서 후보지로 오르내린 하남도 2.1% 올랐다.

분당급 신도시 예정지로 가장 유력한 동탄이 포함된 화성은 2%의 상승률을 보였다. 상대적으로 다른 곳에 비해 신도시 후보로 적게 거론됐는데도 비교적 높은 상승률을 보인 것이다. 신도시 후보지가 될 경우 광주 오포와 함께 개발될 것으로 알려진 모현면이 속한 용인시 처인구도 2.3%의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이들 지역은 경기도 전체의 1~4월 상승률이 1.36%, 서울이 1.67%인 것과 비교해도 상당히 높았다.

신도시 후보지의 토지거래도 활발했다. 올 들어 4월까지 전국의 토지거래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0.1% 늘어나는 데 그쳤다. 하지만 화성의 1~4월 거래량은 지난해에 비해 89.9% 증가했다. 양주는 39.8%, 용인시 처인구도 18.3% 증가했다. 광주와 하남은 3월까지는 거래가 줄었으나 4월 들어서는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다.

건교부 관계자는 "불법 거래 의혹이 제기되면 해당지역의 거래를 모두 조사할 수 있다"며 "불법 거래 의혹이 있는 거래는 국세청에 통보하고, 토지거래허가제 위반자에 대해선 사법 당국에 고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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