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법」 손질엔 합의 여지/특위정국 가동… 어떻게 굴러갈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민자서 야 요구 대폭 수용 방침/「국고지원」 관련 여론추이 촉각
특위정국의 막이 올랐다. 여야는 9명씩 18명으로 이뤄진 국회정치특위를 통해 오는 17일부터 지자제법을 비롯,대통령선거법·정치자금법 등 3대 현안을 놓고 본격 절충을 벌인다.
그러나 국회 정상화의 최대 걸림돌이 돼 왔던 단체장선거 실시 시기 문제에 대한 여야의 기존입장이 팽팽한데다가 민주당측이 단체장문제의 선결을 고수하고 있어 특위정국이 제대로 굴러갈지는 좀더 두고 보아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민자당이 대통령선거법과 정치자금법에 있어선 야당측의 요구를 과감히 수용하겠다는 태도여서 야당측의 대응이 주목된다.
○…실질적으로 여야 3당이 가장 신경쓰는 분야가 대통령선거법 개정이다. 어차피 자치단체장선거문제가 입장차이로 실질적인 타결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공권력개입방지」의 실효를 거둘 수 있는 것이 바로 선거법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대선법개정의 핵심은 관권개입 방지책 마련이다. 여당도 이같은 야당의 내심을 모르는바 아니기에 단체장선거 연기를 고집하면서 대선법에 대해서는 획기적인 안을 준비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여야간에 이견과 쟁점이 없다는 것은 아니나 절충가능성은 어느때보다 높아 보인다.
민자당은 일단 야당이 중시하고 있는 「관권개입방지」를 위해 ▲공무원의 중립의무조항 신설과 위반에 대한 가중처벌조항 신설 ▲공무원들의 연고지 출장금지 ▲통반장의 선거개입 엄격규제(선거공고 30일전 사표의무화·선거후 1년내 복귀불가) 등의 카드를 내놓을 준비가 돼있다.
하지만 야당은 더욱 확실한 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민주당은 보다 구체적으로 ▲공무원들의 연고지 출장금지 ▲통반장 사임후 2년간 복귀금지 및 가족의 대리취임 ▲바르게살기운동협의회 등 관변단체에도 중립의무화와 가중처벌적용 등을 주장하고 있다. 국민당은 어느 다른 분야보다 이 부분을 강조하고 있다. 공무원의 출장은 업무외에 일절 제한하며,공공기관 임직원을 포함해 공무원이 선거애 개입했을 경우 특별히 가중처벌할 수 있는 특별법제정을 최우선으로 관철시킨다는 입장이다. 또 통반장에 대해서도 5년이상 복귀를 금지하자고 요구한다.
다음으로 중요한 쟁점은 야당에서 끈질기게 요구해온 TV공개토론회다. 김대중 민주당대표는 박식한 언변으로,정주영국민당대표는 나름의 특유한 순발력으로 공개토론,특히 온국민이 3자를 동시에 비교해 볼 수 있는 TV토론을 원하고 있다. 반면 상대적으로 눌변인 김영삼민자당대표는 3자가 같은 자리에서 논쟁을 벌이는 형식을 극구 피하려고 한다. 대신 각 후보가 따로 출연해 질의·답변형식의 토론까지만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12일의 3당대표회담에서 원내 교섭단체를 가진 대선후보에게 선거비용의 법정 한도액(2백억원가량)을 국고,또는 기탁금에서 지원토록 내막적으로 합의했기 때문에 정치자금법 개정의 큰 가닥은 잡힌 셈이다.
그러나 이같은 합의내용이 밝혀지면서 원내 교섭단체를 구성하지 못한 정당후보나 무소속 후보와의 형평성에 어긋나 위헌소지가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어 입법과정에서 논란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민자당측은 이 문제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합의문 작성에 이를 포함시킨 김대중민주당대표가 이를 왜 구체적으로 설명했는지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며 입법화 여부가 불투명해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비해 민주·국민당측은 3당합의사항임을 내세워 이를 관철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여론의 추이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야당측은 이와 함께 지금까지 야당몫이 전혀 없었던 점을 들어 현행 지정 기탁금제도를 폐지하고 비지정기탁금을 의석수·득표비율로 배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측은 실제로 지난해 야당에 지정기탁한 예가 단 한건도 없었다고 지적,이 제도의 허실을 설득력있게 논박하고 있다.
민자당은 그러나 지정기탁금제를 폐지하게 되면 정치자금의 음성화를 초래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반대하고 있다. 물론 이 주장에도 일리가 없는건 아니나 현실여건과 배치된다는데 여당의 고민이 있다. 그래서 여당은 지정기탁금제도 존속과 함께 전경련·무역협회 등 경제단체로부터 비지정 기탁금의 기부를 유도해 의석비율 등에 따라 배분하면 야당의 정치자금 수요를 충족시켜 줄 수 있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민자당은 또 각당에 경상비조로 지급되는 유권자 1인당 연간 6백억원씩의 국고보조금은 그대로 두되 대선·총선 등 선거때 지급되는 유권자 1인당 3백원씩의 별도 보조금을 9백원선으로 높여 선거비용의 숨통을 터준다는 계획이다.
반면 야당측은 물가인상 등을 고려할때 현행 1인당 6백원씩의 국고보조금을 1천∼2천원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민주당은 후원회제도를 활성화하고 기탁금의 야당 기부자에 대한 세무사찰 등 불이익을 방지하기 위해 선관위가 기부금증서(정액권)를 만들어 이를 후보자에게 제공토록 하는 쿠퐁(카드)제를 도입,기탁자의 신원을 알 수 없도록 해야 한다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자금사정이 좋은 국민당도 대체로 민주당과 견해를 같이하고 있지만 정치자금 공개와 관련,큰 범위에 있어서 어느정도 「실명제」가 도입돼야 한다는 의견이다.<신성호·오병상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