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통폐합 논리' 허점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정부는 22일 '취재 지원 선진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각종 논리를 내세워 기자실 통폐합의 정당성을 강조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정부의 주장은 앞뒤가 안 맞고 허점투성이라고 지적한다.

①기자실이 흩어져 있는 건 비효율적?

국정홍보처는 기자실 통폐합의 논거로 '비효율'을 꼽았다. 이곳저곳 흩어져 있으니 정부 차원에서 제대로 지원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김창호 국정홍보처장도 이날 브리핑에서 "송고실이 하나로 통합되면 원스톱 서비스가 가능해진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지원하겠다는 대상인 기자들의 생각은 정반대다. 출입처와 브리핑실이 지리적으로 멀어지면서 양쪽을 오가다 보면 아무래도 취재에 지장을 받게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바로 이걸 노린 게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유재천 한림대 교수는 "일부 부처의 브리핑실에 문제가 있다면 먼저 해당 부처를 개혁하는 게 순서"라고 지적했다.

②통폐합해도 취재엔 전혀 지장 없다?

홍보처는 "기자실을 한 곳에 모아놓더라도 기자들이 실제로 취재하고 기사를 작성하는 데에는 전혀 지장이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처장은 "정부 중앙청사와 과천청사에 언론사별로 최대 4석씩 자리를 제공할 예정"이라며 "이 정도면 주요 사건이 2개 이상 터져도 충분할 것"이라고 말했다.

본지만 해도 정부 중앙청사에 6명이 출입한다. 이 중 5명은 늘 상주하고 있다. 과천청사는 11명이 출입하며 최소 8명이 상주한다. 결국 최대 여덟 자리가 확보돼도 최소한 5명은 거리로 나가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수백 명의 기자와 공무원이 얽히고 설킨 분위기 속에서 심도있는 브리핑이 가능할지도 의문이다. 윤영철 연세대 교수는 "기자들이 취재하는 데 이전보다 훨씬 더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③정보 제공 활성화, 과연 뜻대로 될까?

홍보처는 기자들의 '발'을 묶은 대신 브리핑 시스템을 더욱 강화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전자브리핑 시스템 도입이 대표적이다. 여기에도 허점이 있다. 홍보처는 전자브리핑을 하는 과정에서 질문 수를 제한하겠다고 했다. 실질적 답변을 위해서라고 했다. 문제는 질문을 추리는 과정에서 얼마든지 정부 입맛에 맞게 취사선택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답변도 하고 싶은 얘기만 하면서 부처별 답변 할당량을 채울 가능성이 크다. 손영준 국민대 교수는 "질문 수를 제한하겠다는 것 자체가 행정편의적 발상"이라며 "도대체 누구를 위한 선진화 방안이냐"고 비판했다.

박신홍.박수련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