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씨 같은 '신용 경계인'이 대부업체로 몰리고 있다. '신용 경계인'이란 신용대출금을 연체하지는 않았지만 은행이나 신용카드사에서 대출받기 어려운 신용 상태에 있는 이를 가리키는 신조어. 현재 480여만 명에 달하는 신용 경계인 상당수가 연 이자율 66%에 달하는 대부업체 빚을 갚지 못해 제2의 신용위기가 닥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대부업 시장 규모는 약 18조원으로 이용자는 329만 명에 달한다. 한 대부업체 관계자는 "대부업체 이용자 대부분이 은행에서 대출받기 어려운 신용 경계인"이라며 "대부업 이용자가 올해는 30%가량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말 현재 등록한 대부업체는 전국적으로 1만7500여 곳이다. 미등록 업체까지 합치면 4만 곳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의 대부업이 '돈'이 된다는 판단에 따라 최근에는 메릴린치.스탠다드차타드 등 세계 굴지의 금융회사까지 속속 뛰어들고 있다.
대부업체는 늘고 있지만 이에 대한 관리.감독은 '구멍' 투성이다. 현재 총 1만3000여 개(미등록 업체 포함)로 추정되는 대부업체를 관리하는 서울시 인력은 4명에 불과하다. 그나마 한 명은 올해 새로 충원했다. 다른 지자체도 사정은 비슷하다.
반면 대부업체는 즐거운 비명이다. 고객이 몰리면서 대부업체에는 상담 없이 고객이 스스로 신용상태를 입력하고 각종 대출 서류를 제출하는 '무인 대출기'가 등장하는가 하면 인터넷 대부업체까지 등장했다.
◆신용 경계인이 위험하다=한국신용정보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3467만 명의 금융서비스 이용자 가운데 신용정보관리대상자(옛 신용불량자)는 아니지만 제도권 금융회사에서 대출받기 어려운 신용 경계인(10등급 가운데 7~9등급)의 수는 484만 명(14%)이나 된다.
신용 경계인의 대부업체 이용이 크게 늘면서 '대부업체발(發)' 신용위기가 터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현 상황이 2002년 신용위기를 불러왔던 '카드 돌려막기'와 닮은꼴이라는 것이다.
신용 경계인이 한번 대부업체를 이용하면 신용점수가 나빠지면서 사실상 제도권 금융회사를 다시 이용하기 어렵게 된다. '제도권 금융 대출 거절→대부업체 이용→신용점수 하락→제도권 금융 진입 불가'라는 악순환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결국 신용경계인에게는 언제든 한계상황이 닥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현대경제연구소 박덕배 연구위원은 "대출상환 의지가 분명한 금융 소외층에 대해 집중 지원책을 마련하는 등 선제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창규.손해용 기자
◆신용 경계인=생활보호대상자 바로 위인 차상위계층과 비슷한 개념으로 신용정보관리대상자(옛 신용불량자)는 아니지만 제도권 금융회사에서 대출받지 못하는 금융 소외계층을 말한다. 보통 연체는 없지만 은행에서 대출해 주기 어려운 경계선상의 신용등급에 있는 사람을 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