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코레아 '92대영광송|황영조 56년만의 "바르셀로나대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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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바르셀로나=특별취재단】황영조(황영조·22·코오릉)가 마침내 큰일을 해냈다. 몬주익 올림픽메인스타디움에 태극기가 치촛아 오르고 애국가가 울려퍼지기까지엔 56년의 세월을 기다려야 했다. 일제하이던 지난36년 베를린올림픽에서 손기정(손기정)옹이 일장기를 달고 마라톤 월계관을 쓴지 반세기.
이번세기 안에는 결코 도달할수 없는 벽으로 보였던 올림픽금메달이 이제갓 22세의 청년, 마라톤 입문 2년여의 초년병 황영조에 의해 완전무결하게 정복됐다.
올림픽에서 그많은 금메달을 따고도 메인스타디움에 국기를 게양한 나라는 열손가락에도 못들 정도. 더구나 제25회 바르셀로나올림픽의 대미를 장식하는 남자마라톤에서의 이번 쾌거는 수십, 수백개의 메달을 합친 것과 같은 값진 메달이었다.
이날 장내 아나운스먼트의 장쾌한 안내방송과 함께 맨먼저 메인스타디움에 모습을 드러낸 황영조는 우승을 확인이라도 하려는듯 한발한발을 꼼꼼히 내디디며 마지막 42.195km지점을 통과, 양팔을 올려 환희의 순간을 만끽한뒤 그라운드에 쓰러졌다.
이날 승부의 분기점은 40km통과지점. 레이스 초반부터 이날 준우승자인 일본의 모리시타 고이치(24)와 시종 선두쟁탈전을 벌인 황영조는 「지옥의언덕」으로 명명된 급경사의 몬주익언덕을 치고 올라가는 40km지점부터 필사의 스퍼트를 전개, 악전고투하며 따라붙는 모리시타를 22초차로 여유있게 따돌리고 감격의 월계관을 썼다.
이지점까지만해도 둘사이의 승부는 점치기 어려울 정도로 치열한 체력전. 초반부터 이브라임 후세인(케냐), 디오니시오 세론(멕시코), 젤린도 보르딘(이탈리아)등 이름만으로도 긴장되는 1백12명의 세계건각들과 어깨를 같이하며 선두그룹을 형성한 황영조는 21km의 중간점을지날 때까지만해도 선두가 30명이상이나 몰리는등 우승은 고사하고 메달 가능여부도 예측하기 어려웠던 「안개상황」. 황영조는 그러나 25km지점을 지나며 아프리카·멕시코등의 라이벌들이 뒤로 처지는 틈을 이용, 팀동료 김완기(김완기·24)및 모리시타와 피를 말리는 3파전을 전개했다.
이어 35km지점을 지나면서 김완기가 선두쟁탈전에서 탈락하고 황영조·모리시타는 스페인광장을 지나 몬주익언덕을 오르며 자존심을 건 일대 「파워및 체력전」을 전개, 종료 2km지점을 남기고 회심의 마지막 스퍼트를 한 황이 먼저 결승점을 통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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