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휘자 데뷔하는 장한나 "가장 위대한 악기는 오케스트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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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가을까지 긴 머리였던 첼리스트 장한나(25.사진)씨가 21일 단발머리로 나타났다. "지휘를 하려니 긴 머리가 거추장스럽더라고요. 집에서 엄마가 붙잡고 싹둑 잘라줬어요. 하하"

장씨의 지휘자 데뷔는 제1회 성남 국제 청소년 관현악 페스티벌(22일~27일)의 마지막날 무대. 한국.중국.독일의 고교생.대학생 연주자로 구성된 연합 청소년 교향악단을 대상으로 베토벤 교향곡 7번을 지휘(27일 오후 5시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한다.

그동안 각국을 돌며 첼로 연주를 하면서도 "10번만 연주하면 지휘무대, 9번만 연주하면…"하면서 손꼽아 기다렸다고 한다. "이제 드디어 빵(0)번이에요"라는 장씨는 집에 지휘봉 30개를 구해놓고 정성을 기울여 지휘자 데뷔를 연습해 왔다. 연주 전날 하루 동안 잡혀있던 리허설을 3일로 늘렸을 정도로 이번 무대에 거는 기대는 크다.

장씨가 지휘에 부쩍 의욕을 보이기 시작한 것은 4년 전. "가장 위대한 악기인 오케스트라를 연주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처음엔 오케스트라 악보를 무조건 사다가 혼자 '저으면서' 연습했죠. 그러다 줄리아드 음대로 온 제임스 디프리스트에게 레슨을 받을 수 있게 됐어요." 처음에는 "왜 갑자기 지휘를 하려고 하느냐. 형편없는 지휘자와 연주라도 했느냐"고 물었던 디프리스트는 그간 시간만 나면 뉴욕에서 장씨를 불러 지휘 레슨을 해줬다.

13년 동안 세계 무대에 섰던 장씨지만 지휘는 어려운 작업이다.

장씨는 "지휘자는 머릿속에서 이미 소리를 만들고 있어야 하죠. 첼로는 내 손으로 직접 내는 소리지만 지휘자는 사람들의 영혼을 빌어서 소리를 만드는 것 같아 어려워요"라고 했다.

김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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