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lkholic 채인택] 런던을 걷다가 '걷기의 적'일 수 있는 택시의 유래를 발견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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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는 마차에서 비롯

재미난 것은 런던 러셀 스퀘어에서 발견한 마부 전용 쉼터에서 여기에서 택시의 유래를 엿볼 수 있다는 점입니다. 택시의 유래는 당연히 마차겠지요. 원래 영국에선 '대절하는 탈 것(Vehicle for hire)'이라는 용어로 1662년 처음 면허가 나왔다고 합니다. 17세기 초부터 존재하던 해크니 마차(Hackney carriage)를 사용했답니다. 그래서 지금도 영국 공문서에서는 해크니 마차라는 말이 공문서 같은 곳에 택시를 뜻하는 용어로 쓰입니다. 영어권에서는 우리의 택시를 뜻하는 말로 택시, 캡, 택시캡 모두를 사용하더군요.

이 해크니 마차는 아주 무거웠는데 그러던 것이 1834년 영국인 조셉 핸섬이 개발한 핸섬 캡(Hansom cab)이라는 가벼운 디자인의 마차를 내놓으면서 급속히 대체됐다고 합니다. 속도가 빠르고 안전도가 높아서라는군요. 마부 전용 쉼터가 설치된 1875년 당시에는 두 종류가 마차가 나란히 택시 영업을 했다고 합니다. 영어권에서 택시와 같은 뜻으로 쓰이는 캡이라는 용어의 기원을 짐작할 수 있겠지요.

▶덮개를 여닫을 수 있는 이륜 마차 카브리올레에서 '캡' 유래

원래 캡은 카브리올레(cabriolet)라는 프랑스어가 영어로 오면서 줄어든 말이랍니다. 핸섬 캡이라는 이름이 핸섬 카브리올레를 줄인 것이지요. 뚜껑을 여닫을 수 있는 가벼운 2인승 이륜 마차를 말합니다. 마부를 포함해 2인승이니 손님은 한 사람만 타는 작은 마차지요. 여기서 발달한 핸섬 캡은 마부가 손님이 타는 객실의 뒤쪽 위에서 말을 모는 방식입니다.

흥미로운 것은 현재 자동차 업계에서 컨버터블, 즉 천정을 열고닫을 수 있는 자동차 스타일을 뜻하는 용어로 카브리올레를 쓰고 있다는 겁니다.

▶택시는 택시미터기에서 나와

그럼 택시라는 말은 어디에서 나왔을까? 영어의 택시메터는 프랑스어의 '탁시메트르(taximetre)'에서 왔답니다. 우리가 쓰는 말로 하면 요금 미터기지요. 이는 원래 독일어의 '탁사메터(taxameter)가 기원이고요. 이 말은 라틴어에서 세금이나 요금을 뜻하던 '탁사(taxa)'와 그대 그리스어에서 측정을 뜻하는 '메트론(metron)'을 현대적으로 바꾼 메터(meter)란 말을 결합해서 만든 것이라고 합니다.

1890년대에 배터리를 이용한 전기 자동차가 파리.런던.뉴욕에서 잠시 성공을 거뒀답니다. 가솔린 자동차보다 전기 자동차가 먼저라는 건 흥미로운 일입니다. 그러자 독일인 빌헬름 브륀이 1891년 택시 미터기를 만들었습니다. 19세기 말 요금 미터기를 붙인 전기 자동차가 등장하면서 영어로는 택시미터 캡이라고 불렀답니다. 요금 미터기를 붙인 택시라는 뜻이겠지요.

석유를 사용하는 자동차 택시는 1899년 파리에 최초로 등장했고, 1903년에 런던, 1907년에는 대서양 건너 미국 뉴욕 시내에 나타났답니다. 그런데 해리 앨런이라는 사람이 프랑스에서 탁시메트르가 달린 자동차 택시를 뉴욕에 첫 수입하면서 '택시미터 캡'이라는 말을 줄여 '택시캡'이라고 불렀는데 이것이 더욱 줄어서 '택시'가 됐다는 게 정설이랍니다. 결국 택시는 요금기계이고, 캡은 마차가 용어의 기원이군요.

▶옐로캡의 기원: 노란색은 먼거리에서 가장 쉽게 눈에 띄어

앨런은 자기 회사의 택시가 눈에 띄기 쉽게 노란 색을 칠했는데 뉴욕 택시를 상징하는 옐로 캡이 여기서 나왔답니다. 선명한 노란색은 먼 거리에서 가장 보기가 쉬운 색이라고 합니다. 물론 샛노란 해바라기 근처에서는 예외겠지만.

채인택 (중앙일보 국제부문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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