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묵묵히 수사만 할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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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노무현 대통령이 또한번 대선자금 규모를 거론함으로써 검찰은 더 곤혹스러워졌다. 수사 부담도 더 커지게 됐다.

그동안 "민주당측 불법 대선자금도 상당 부분 찾아냈다"고 말해왔지만 사실 전체 규모에 대해서는 검찰도 아직 밝혀내지 못한 상태다. 최근 문효남 대검 수사기획관은 "지난 대선 당시 두 후보 측의 불법 대선자금 규모를 모두 알고 있는 사람은 한 명도 없을 것"이라며 전모 파악의 어려움을 얘기한 바 있다. 그런데 대통령의 잇따른 앞서가는 발언으로 쫓기는 입장이 된 것이다.

현재까지 검찰이 밝힌 盧후보 캠프와 측근들의 불법 정치자금 규모는 주변 인물들까지로 대상을 넓게 잡았을 때 42억5천만원 정도다. ▶SK.현대차.삼성이 임직원 명의로 편법 처리한 19억6천만원 ▶안희정씨가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 등에게서 받은 11억4천만원 ▶최도술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대선 빚 변제 등 명목으로 SK로부터 받은 11억원 ▶여택수 청와대 제1부속실 선임행정관이 문병욱 썬앤문 회장에게서 받은 3천만원 ▶신상우 전 국회부의장이 文씨에게서 받은 2천만원 등이다.

하지만 용처가 불분명한 최도술씨의 11억원과 안희정씨의 4억5천만원을 빼면 불법자금 규모는 26억원으로 줄어든다. 이런 상황에서 盧대통령 발언이 나왔다. 그러니 아직도 최소한 수십억원의 불법자금을 더 찾아내야 하는 입장이 된 것이다. 그렇지 못하면 '부실 수사'시비에 휘말리게 된다.

한나라당의 불법 대선자금을 밝히는 것도 큰 일이 됐다. 현재 드러난 한나라당의 불법자금은 ▶SK 현금 1백억원 ▶LG 현금 1백50억원 ▶삼성 채권.현금 1백52억원 ▶현대차 현금 1백억원 및 임직원 명의 편법처리 9억원 등 5백11억원이다. 5개 기업과 관련한 부분만 따져서다. 盧후보 측과 형평에 맞추려면 이회창 당시 후보의 측근들이 개인적으로 받은 돈들도 캐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盧대통령 쪽에서 문제삼을 것이 뻔하다. 대통령 사퇴 마지노선 '10분의 1'때문이다.

검찰은 수십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이는 한나라당의 불법 당비 부분을 캐고 있다. 5대 기업 이외의 기업들을 뒤지는 수사도 계속 예정돼 있다.

이래저래 이날 盧대통령의 발언에 검찰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국민수 대검 공보관은 "검찰은 묵묵히 수사만 할 뿐"이라고 말했다.

강주안.임장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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