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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병욱 게이트'로 번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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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썬앤문 그룹의 불법 정치자금 사건이 대형 '게이트'로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문병욱(51.구속)회장과 김성래(53.여.구속)전 부회장이 지난해 대선 전후 정치권에 벌인 로비 내용 등이 속속 공개되면서다.

특히 金씨가 지난 9월 말 재판부에 낸 탄원서(본지 12월 19일자 3면)는 두 사람이 여야에 의도적이고 적극적으로 접근했음을 보여주고 있어 의혹을 부쩍 키우고 있다.

金씨는 탄원서에서 "대선 당시 각 당에서 도움을 많이 요청했다""민주당.한나라당 측 인사들과의 관계 때문에 내가 맡은 책임이 있었다""선거 막바지에 정신없이 바빴다"는 등의 주장을 폈다.

검찰에 따르면 金씨는 대선 당시 대선 이후 사업에 대한 '보험' 명목으로 회장 文씨에게 여야 후보에 대한 로비를 제의했다고 한다. 그래서 한나라당 쪽은 金씨가, 盧후보 쪽은 부산상고 후배인 文씨가 맡기로 역할 분담을 했다는 것이다.

일단 19일까지 드러난 썬앤문의 불법 정치자금은 노무현 후보 측으로 ▶이광재씨 1억원▶여택수씨(청와대 제1부속실 국장) 3천만원▶신상우 당시 민주당 선대위 고문 2천만원 등이 있다.

한나라당 쪽으로도 김성래씨를 통해 10억원을 사용했음이 드러나 있다. 검찰의 계좌추적 등을 통해 나타난 것이다. 물론 '배달사고'의 가능성도 있다. 가령 2억원 전달 의혹이 제기된 서청원 한나라당 전 대표의 경우 제약사 대표 洪모씨의 배달사고 가능성도 없지 않은 상태다.

문제는 이렇게 드러난 부분 외의 의혹들이다.

그중 金씨가 불법 대출 사건으로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제출한 녹취록 부분은 여전히 핵심이다. 그가 자신을 고소했던 회장 文씨의 비리를 측근들과 얘기하면서 "盧후보 측에 95억원이 제공된 것 아니냐. 어떻게 확인하지"라고 묻는 대목이다.

金씨는 나중에 검찰에서 "근거없는 얘기였다"고 말했다고 하지만 의혹은 가시지 않고 있다. 盧대통령이 취임 후 文씨를 청와대로 불러 따로 식사를 했음이 드러나면서 두 사람의 간단치 않을 관계가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썬앤문 그룹의 감세 청탁 부분도 그렇다. 71억원의 세금을 23억원으로 깎기까지 개운찮은 부분들이 여전히 있다. 文씨 스스로 검찰에서 "안희정씨에게 부탁해 盧후보가 손영래 국세청장에게 청탁 전화를 하도록 했다"고 진술했고, 이 과정에서 安씨에게 상당액의 금품이 건네졌다는 의혹이 있다.

검찰은 당시 孫청장의 비서 등으로부터 "실세인 P의원과 P씨에게서 수차례 전화가 왔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있다. 썬앤문과 두 P씨의 관계를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런 의혹들은 자연히 썬앤문 그룹이 1999~2001년 대형 호텔들과 골프장을 잇따라 인수한 것과 연결되면서 상상을 불러일으킨다. 인수를 위해 수백억원의 은행 대출을 받는 과정에 이들 실력자가 개입했을 가능성 등이다.

대검 중수부는 일단 文씨를 오는 22일 기소하면서 관련 정치인들의 비리 내용을 발표할 계획이다.

문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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