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싸움질로 뭘 얻겠다는 건가(사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우리의 여야정당들은 왜 이리 호전적인가. 한쪽은 일방 강행을 공언하고 다른 쪽은 실력저지를 외치니 쌍방 모두 한번 붙자는 전의에 불타는 모습이다.
지금 여야의 방침대로라면 단상격돌은 초읽기 격이다. 민자당은 상임위구성과 문제의 지자관계법을 강행하겠다는 것이고 야당은 농성이나 몸싸움을 해서라도 끝내 막겠다는 것이다. 우리 모두가 반드시 버리자고 그토록 다짐했던 욕설·삿대질·몸싸움·농성·날치기 등 그 악몽같은 국회 모습을 또 재연하자는 것이 지금의 여야태도다. 「개도 한번 매맞은 구멍으로는 다시 드나들지 않는다」는데 우리 정치인들은 어찌된 셈인지 그 추악한 구태를 되풀이하려 하니 이해할 길이 없다. 만일 예정대로(?) 3당의 대통령후보들의 진두지휘아래 국회를 난장판으로 만들 경우 그 세 후보들은 무슨 얼굴,무슨 말로 국민을 대하고 지지를 호소할 것이며,국민은 그들에게 무슨 지도력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우리는 여야당에 강력히 요구한다. 어떤 일이 있어도 그와 같은 원내 격돌은 말아야 한다. 나라망신과 국민 좌절감과 정국 파탄외에 아무 것도 가져올게 없는 격돌의 코스를 뻔히 알면서도 그냥 달려서는 결코 안된다. 양쪽 모두 「전의」를 가라앉히고 다시 대화와 협상의 장을 모색해야 한다.
먼저 여당은 상임위구성과 지자관계법의 처리일정을 연기하는게 좋겠다. 좀 더 시간여유를 갖고 야당이 요구하는 단체장선거 위법문제와 대선공정성 보장문제에 관해 대안을 내고 타협을 모색하는 것이 올바른 순서다. 위법문제에 관해서는 버티는 것만 능사로 삼지말고 야당 일부가 추진하는 탄핵권고안 또는 결의안을 정식 의제로 삼아 한바탕 정치적 심판과정을 거칠 각오 정도는 해야 하고,단체장선거도 일부만이나마 대통령선거와 동시선거를 할 수는 없는지도 검토해보는게 옳다.
야당도 무조건 국회를 볼모로 잡는 전략에서 탈피해야 한다. 아무리 단체장선거 시기가 중요하다고 해도 국회보다 중요하지는 않다. 원구성에는 무조건 응하고 국회안에서 당당하게 여당과 겨루는게 옳다. 그리고 당기류가 지나치게 호전적으로 흐르는 경향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 무슨 「8월투쟁」이니,단식농성이니 하는 시대에 걸맞지 않은 표현·감정과 전술들이 당분위기를 주도해선 곤란하다. 원내에서 탄핵안도 제기하고 대선법도 협상하고 헌재결론도 기다리는 성숙한 전략전술들을 구사하기 바란다.
그러자면 여야는 지금이라도 대결논리에서 벗어나 3당대표회담,또는 개별회담을 빨리 갖는 것이 좋겠다. 큰 일을 앞둔 대선후보자들은 국면을 선제하고 고차·거시적 경륜을 과시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 대선전략임을 알아야 한다. 그런 경륜발휘의 절호의 대상이 바로 국회정상화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