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무공해" 농산물 대부분 유농약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무공해식품이라고 믿고 샀다가는 괜히 바가지만 쓰기십상이다. 대부분이 일반농산불과 크게 다를 바없이 농약·화학비료등을 다 쓴 것들인데다 「무공해」니 「저공해」니 하는 표시도 아무런 기준없이 생산농가나 업체들이 임의로 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같은 사실은 한국소비자보호원이 최근 시중에서 팔리는 무공해농산물 6개품목(오이·상추·쑥갓·고추·시금치·계란)들을 대상으로 생산·유통실태를 조사한 결과 드러난 것이다.
이에 따르면 무공해농산물들은 일반농산물에 비해 약 두배정도 높은값에 판매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결과를 요약해본다. ▲생산실태=자연의 퇴비만을 쓰는 유기농법이나 화학비료는 쓰되 농약을 거의 안쓰는 수경재배로 생산되고있다. 그러나 실제 재배과정에서 농약이나 화학비료·제초제등을 정말 안쓰는 경우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1백18개 조사대상 생산농가중 순수한 유기농법으로 하고있다고 답한 곳은 18개농가(15.3%)에 지나지 않았으며 대부분은 좀 줄여쓴다는 정도다. 19개 농가(16.1%)는 일반농산물과 그냥 똑같이 키운다고 했다.
풀무원식품·사계식품·새싹농원·자혜원·청수농원·한국유기농업환경연구회등 6개 무공해식품생산·공급업체들의 경우도 농약·제초제·화학비료등을 전혀 안쓴다는 곳은 새싹농원과 풀무원식품뿐이었고 다른 업체들은 일반농산물에 비해 적게쓴다는 답이었다.
달걀의 경우 암·수탉을 함께 풀어 기르거나 닭에·특수성분을 먹여 얻은 것들을 무공해·자연란이니 특수란이니 해서 팔고 있다. 그러나 이중 5개업체가 내는 자연란을 조사한 결과 실제 암·수탉사이의 수정에 의해 얻어진 유정란의 비율은 금강부업 단지의 「금강자연란」(92.3%), 인애농장의 「유정란」(76.9%)이 높게 나왔을 뿐이다. 용원농장의 「자연란」은 실제 유정란비율이 7.7%에 지나지 않았다.
▲가격=「무공해」「저공해」「유기농산물」등을 표시한 채소의 가격은 일반 채소에 비해 배정도 높다. 예컨대 상추의 경우 일반출하품이 1백83원(1백g당)인데 비해 무공해품은 3백67원에 판매된다. 달걀의 경우도 일반란이 개당 90원인데 자연란은 1백57원, 특수란인 요드란은 2백33원이다.
소비자보호원은 이러한 조사결과와 관련, 현재 유기농법이나 무공해농산물에 대해 아무런 품질·표시기준이 없기 때문에 소비자들로서는 자칫 포장에 표시된 것만 믿고 샀다가 모르고 피해를 보게된다며 무공해재배 및 품질표시등에 대한 제도적 장치가 시급히 마련돼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박신옥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