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ㆍ현대차ㆍ은행주 활황장의 ‘버림받은 자식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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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호 18면

증시가 펄펄 끓고 있지만 억장이 무너지는 주식투자자도 적지 않다. 전체 장세와 상관없이 비실비실 맥을 추지 못하는 종목을 쥐고 있는 사람들이다. 요즘 증시에는 ‘버림받은 자식들’로 통하는 3총사가 있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그리고 은행주를 두고 하는 얘기다.

모두 한국 증시의 대표 우량주로 칭찬받던 종목들이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의 장기 보유 추천 리스트에 나란히 올라 있기도 하다. 하지만 오래 보유할수록 속은 점점 더 타들어 간다. 이들 종목에는 대체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일까.

먼저 삼성전자. 올 연초 주가가 연중 최고가였다. 올 들어 코스피지수가 12.3% 오르는 동안 삼성전자는 거꾸로 11.4% 떨어졌다. 이 종목을 기초자산으로 편입한 주가연계증권(ELS)에 투자했던 사람들은 ‘깡통 계좌’를 차기에 이르렀다. 굿모닝신한증권의 삼성전자 편입 ELS는 3년 만에 90%의 손실을 본 채 청산됐다.

주력 상품인 D램 값의 바닥 모를 추락이 주가 하락의 주 요인으로 꼽힌다. D램 값은 올 들어 70%나 급락했다. 반도체 경기 회복을 장담했던 애널리스트들은 어디론가 숨어버렸다. 삼성전자 경영진에 대한 불만도 쏟아진다. 잘나갈 때 더 단단히 미래를 준비해야 했건만, 10조원의 돈을 자사주 매입에 투입하는 등 외국인 주주 환심 사기에만 열중했다는 비판이다.

다음은 현대차. 올 들어 주가가 5.2% 떨어졌고 연중 최고가(2월 21일)에 비해선 12.3% 하락한 상태다. 원화가치 상승으로 수출경쟁력이 급속히 떨어지고 있는 게 최대 악재다. 최근엔 외제차 수입이 빠르게 늘면서 내수판매까지 흔들리는 상황이다. 여기에다 비자금 사태로 그룹 총수가 한 때 구속되는 등 ‘오너 리스크’가 남달리 큰 기업으로 통한다. 노조에 너무 휘둘리는 점도 부정적 요인이다. 투자자들은 현대차에 대해 “환율 타령은 그만하라. 환율 좋을 때는 도대체 뭘 했는가. 일본의 도요타자동차를 보라”고 충고한다.

마지막으로 은행주. 대표주자인 국민은행의 경우 연초 대비 12.9% 올라 있긴 하다. 그러나 지난 2월 말 사상 최고가와 비교해선 6.9% 떨어졌다. 3개월째 주가가 미끄러지고 있는 것이다. 은행들은 지금도 많은 돈을 벌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는 좋아지기보다는 나빠지는 일만 남았다는 게 시장의 판단인 것 같다. 은행들은 그동안 독과점적 지위와 주택금융시장의 급팽창으로 땅 짚고 헤엄치기식 장사를 해왔다. 그러나 정부 규제로 주택금융이 꽉 막힌 상태에서, 자본시장통합법 제정에 따른 증권사의 지급결제 업무 취급 등으로 경쟁은 날로 격화될 운명에 처해 있다. 은행 또한 잘나갈 때 허송세월했다. 커진 덩치를 무기 삼아 해외로 나가 글로벌 금융회사들과 맞부딪치며 경쟁력을 키워야 했다. 그러나 우물 안 개구리로 안주하며 벌어들인 돈을 주주 배당으로 퍼주기에 바빴다.

이들 3총사의 공통점은 미래에 대한 불안이다. 시장은 이들에게 뭔가 변화한 모습으로 희망을 보여달라고 주문한다. 묘한 것은 최근 외국인들이 이들 종목을 사들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긍정적 변화를 감지해서일까. 아직 아닌 것 같다. 다른 종목들과 주가 갭이 너무 벌어진 데 따른 단기 반등을 겨냥한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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