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업자에 분노가…”(촛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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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다리가 완공돼 차량이 지나다닐때 무너졌을거라고 생각하면 소름이 끼칩니다.』
31일 오후 7시쯤 경기도 고양시 행주외동 신행주대교 붕괴사고 현장.
땅이 꺼질듯한 붕괴음에 놀라 현장으로 뛰쳐나온 주민들은 차라리 다리가 개통되기 이전에 무너져 내린 것이 「불행중 다행」이라는 듯 혀를 끌끌 찼다.
『원래 내년말까지 완공될 예정이었는데 일산신도시 입주예정일에 맞춰 공기를 1년 당겼대요.』
『미국의 금문교와 비슷한 다리를 만들려 했다나봐요. 그저 오가기 편하고 튼튼한 다리면 될텐데.』 공사관계자들이 촉박한 공기에 쫓겨 상당히 불안해 하더라는 「소문」을 전하던 주민들은 마침내 당국의 전시위주 행정에 불만을 터뜨렸다.
『지난해 3월에는 팔당대교가 폭삭 내려앉고 어제 남해 창선대교가 무너진지 하루만에 이 다리까지 요모양이니 이젠 겁이나 다리를 건널 수 있겠습니까.』
주민들은 지난 5월 건설부가 실시한 안전진단 결과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는 현장 관계자의 구차한 해명에 또다시 천재가 아닌 인재의 무서움을 실감하는 듯 했다.
『당국에서는 이곳이 공항주변이란 점때문에 멋있는 모습만 강조한 나머지 공기가 길고 공사가 까다로운 사장공법을 고집해 사고가 난것입니다.』 사고현장을 둘러본 교량 건설전문가가 나름대로 사고원인을 분석하자 기다렸다는듯 시공회사 간부는 『당초 공사비는 1백70억원이었으나 실제 2백40억원 이상 들어 적자가 쌓였다』며 사고책임을 당국에 미루기에 급급,주민들의 빈축을 샀다.
밤늦게까지 강물에 흉물스럽게 처박혀있는 처참한 몰골의 다리를 바라다보던 한 주민의 『다리가 무너진 아픔보다 당국과 업자들에 대한 믿음이 다리붕괴와 함께 무너져 내린 것이 더욱 가슴을 미어지게 한다』는 말이 현장을 지켜본 많은 사람들의 심정을 말해주고 있었다.<고양=전익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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