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별 대선 후보 지지 갈리나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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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호 02면

경선 국면에 본격적으로 돌입하면서 한나라당 두 대선 후보의 지지도가 다시 관심사가 되고 있다. 조사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경선 룰을 둘러싼 크고 작은 이슈와 공방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전 시장이 거의 모든 계층에서 박근혜 전 대표를 앞서고 있다.

개신교 신자 중 이명박 지지 55.2%, 불교 신자 중 박근혜 지지 30.8%

전체 지지율이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두 사람 지지율의 상대적 크기(그래픽 참조)를 비교해 봐야 핵심 지지기반과 지지율 격차의 원인 등을 제대로 알 수 있다. 상대적 크기란 배율이 높을수록 이 전 시장 지지자가 더 몰려 있다는 얘기고, 배율이 낮을수록 박 전 대표가 이 전 시장 지지율에 근접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 전 시장이 전체 평균에 비해 박 전 대표를 크게 앞서는 영역은 지역별로는 서울과 호남(광주ㆍ전라) 지역이다. 청계천 복원 효과 등과 서울시장을 지낸 이력이 영향을 미쳤고, 박정희 정권에 대한 거부감이 강했던 호남 지역의 심리적 특성이 나타난 결과다.

그런데 지지율 격차가 심하게 나타나 눈에 띄는 또 다른 대목이 있다. 종교별 지지 성향이다. 불교신자의 경우 박 전 대표 대비 이 전 시장 지지율 배율이 한국리서치 조사에서 1.3, 조인스-리서치앤리서치 조사에선 1.1에 불과했다(이명박 37.3% 대 박근혜 32.5%).

반면 개신교 신자의 경우 두 후보의 지지율 상대적 크기가 한국리서치 조사에서 3.4에 달했다. 이명박 55.2% 대 박근혜 16.4%로 매우 큰 격차를 보여주고 있다. 조인스-리서치앤리서치 조사도 비슷한 흐름이었다.

물론 종교계 지도부 측에선 철저한 중립을 지키고 있다.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 스님은 올 초 회견에서 “대통령 선거 때 종교를 따지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다”면서 “종교를 떠나 오직 좋은 분이 뽑히길 바랄 뿐”이라고 했다.

한국 기독교총연합회 이용규 대표회장도 올 2월 “한기총이 특정 정당이나 후보를 지지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가 2월 초 전국 15개 교회의 예배 참석자 109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개신교인 3명 중 2명(65%)은 후보자 종교가 17대 대통령 투표의 주요 판단 기준이라고 답했다. 낙태, 동성연애 등에 대한 정당의 입장 차가 분명한 미국에선 2004년 대선 당시 개신교 신자의 59%가 공화당 부시 후보를, 40%가 민주당 케리 후보를 지원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종교별 투표 성향의 분화가 시작되는 것인지 조사 전문가들은 이 흐름을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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