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락무질서 철저한 단속을(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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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행락질서가 엉망이다. 본격적인 휴가철에 접어들면서 전국의 관광지·휴양지는 온통 쓰레기 투성이다. 또 아무데나 타고간 자동차를 세워두는가 하면,다른 사람은 안중에 없는 일부 젊은이들의 행태와 폭력의 난무로 행락이 아닌 불쾌하고 불안하기까지한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전국의 해수욕장이나 산골짜기,유원지 가릴 것 없이 아무데나 음료수병과 음식포장,음식물 찌꺼기가 질펀하게 널려있다. 특히 밤을 새운 새벽의 행락지 풍경은 문자 그대로 쓰레기바다다. 쓰레기통은 산더미처럼 쓰레기로 넘쳐 악취가 풍기고 파리가 들끓어 행락객들의 기분을 잡치게 하고 위생적으로도 문제가 될만큼 불결한데가 많다.
주로 해수욕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폭력은 휴가객들을 불안하게 할 정도다. 오토바이를 몰고 다니는 10대 폭주족들의 행패가 심하고 술취한 젊은이들이 술주정을 하고 편싸움을 벌이는가 하면 여자들에 대한 성폭행소식마저 들린다.
현지보도에 의하면 주차질서도 엉망이어서 널따랗게 닦아 놓은 유료주차장은 비워둔채 차도 양옆과 인도에 세워놓은 차량들이 차량과 사람의 통행을 방해하고 있다. 심지어는 유원지 주변의 송림마다 승용차들이 몰려들어 나무를 손상시키고 사람들의 휴식처를 빼앗아버리는 형편이다.
행락객들의 이러한 행태는 몰염치한 이기주의에서 비롯한 것이다. 남이야 어떻든 나만 편하고,나만 즐기면 그만이지,남의 일까지 생각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배짱이다. 남이야 불쾌하건 말건,환경이야 오염되건 말건,모처럼 나온 나들이에 남의 눈치까지 신경쓰고 싶지 않다는 후안무치한 발상이다.
사람들에겐 평소에는 공중도덕을 잘지키고 질서에 잘 순응하다가도 일단 다중속에 휩싸여 개인이 익명화되면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해버리는 특성이 있다. 남들도 다 쓰레기를 아무데나 버리는데 나만 버리지 않는다고 뭐가 달라지겠느냐 하는 식이다.
스스로 수범의 자세를 보이면 가장 좋지만 그렇지 못할 때는 강한 단속을 해서라도 행동이 느슨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행락지의 무질서는 이를 단속하고 바로잡아야할 당국에 큰 책임이 있다. 쓰레기통에서 넘쳐나는 쓰레기를 제때에 치운다면 행락지를 찾는 사람들의 생각도 달라지지 않겠는가. 엉망이 된 주차질서도 처음부터 가차없는 단속으로 대응했다면 이처럼 무질서한 상황에는 이르지 않았을 것이다. 더군다나 폭력이 난무하는 유원지의 불안한 치안을 방치하는 건 경찰의 직무유기다.
행정력이나 경찰력의 손이 모자란다 해도 타당한 변명은 못된다. 지역마다 임시로 방범조직을 만들고 단속요원을 확보해서라도 자기고장을 찾아온 행락객들이 질서있게 휴가를 보낼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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