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걸으면서 감상할 곳 많은 도시 돼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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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는 사람들이 늘어나면 경제가 좋아집니다. 무슨 얘기냐고요? 사람들이 걷는 도중에 보행로 변 상점을 찾게 될 테고, 그러면 결국 상권이 활성화돼 경제적 효과까지 발생한다는 겁니다.”

오세훈 서울 시장은 “걷고 싶은 거리를 만들어야 하는 이유는 시민들의 건강 증진에다 경제 활성화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청계천의 예를 들었다. 자동차가 쌩쌩 달리는 대로변에서는 주차 공간이 충분한 일부 점포만 장사가 잘 되지만 청계천변의 상가는 걷다가 들르는 손님들 때문에 활기가 넘친다는 것이다. 때문에 걷는 사람이 확 늘면 죽었던 상권도 살아난다는 논리다.
오 시장은 세계 대도시 시장들이 모여 기후변화에 공동 대처하는 방안을 논의하는 뉴욕 국제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14일 해외 출장을 떠났다. 출장 준비로 바쁜 그를 지난 11일 만났다.
오 시장은 “임기 중 집중 투자할 다섯 가지 주요 사업 중 하나인 서울의 대기질 개선이 걷기 좋은 거리 만들기와 직접 연결된다”고 말했다.

-대기질 개선이 어떻게 걷기와 연결되나.
“공기가 좋지 않은데 어떻게 시민들에게 ‘걸어다니십시오’‘뛰십쇼’‘건강에 도움이 됩니다’라고 권하겠나. 나부터도 비가 며칠 오지 않은 서울 거리를 뛰기가 꺼려진다. 씻겨 내려가지 않은 PM 2.5(크기 0.0025㎜ 이하의 미세먼지) 같은 오염 물질들이 심호흡할 때 폐포 깊숙이 침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걷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데 맑은 공기는 필수적이다. 취임 초기에 밝힌 대기질 개선 사업 속에 ‘걷기 좋은 거리 만들기’ 사업이 녹아들어 있는 셈이다.”

-서울과 같은 대도시를 걷기 좋은 곳으로 만드는 데 한계가 있지 않나.
“쉽지 않은 일이다. 인구 1000만 명이 넘는 대도시치고 걷기 좋은 환경이 잘 조성된 곳이 그리 많지 않다. 걷기 좋은 거리 만드는 일은 어쩌면 인구가 수 십만 명 규모인 유럽의 소도시에 적합한 사업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진국의 대도시들은 이동 방편의 우선 순위를 걷기에 두는 추세다. 걷기 다음이 자전거 타기, 그 다음이 버스ㆍ지하철 등 대중교통 수단, 승용차 순이다. 걷기는 건강을 위한 운동을 넘어 어엿한 이동 수단으로 인식돼야 한다.”

-공기가 맑아지는 것만으로 걷기 붐이 일 수 있을까.
“물론 그렇지는 않을 거다. 디자인적 요소가 도시 곳곳에 도입돼 눈이 즐거워야 시민들이 걷고 싶어할 것이다. 걸으면서 시각적으로 감상할 곳이 많은 도시가 돼야 한다는 말이다. 서울시는 도시 디자인을 본격적으로 챙기기 위해 지난달 부시장급을 본부장으로 하는 디자인서울 총괄본부를 발족시켰다. 도시 디자인에 신경을 쓰면 걷는 사람이 늘게 되고, 다시 도시 디자인에 더 투자하는 상승 작용이 벌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기질 개선과 도시 디자인은 걷고 싶은 서울 만들기의 두 축이라고 할 수 있다.”

-시장께서는 걸을 기회가 있나.
“가급적 일주일에 한 번은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해 출근한다. 그럴 때 걷게 된다. 좀 더 걷고 싶으면 청계 5가쯤에서 내려 시청까지 걸어온다. 20~30분 정도 걸리는 데 걷기 딱 좋은 거리다.”

신준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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