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5남 재판 지켜본 정주영대표(촛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2면

기업자금 1백47억원을 빼돌려 58억원을 탈세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현대상선 전 부회장 정몽헌씨 등 8명에 대한 결심공판이 열린 24일 오후 서울형사지법 대법정엔 국민당 정주영대표가 일곱째 아들 정몽준의원과 동생 정세영회장 등을 대동,방청석 맨 앞자리에 앉아 흰 수의차림으로 법정에 선 다섯째 아들의 재판을 지켜보았다.
현대상선 탈세사건이 정부와 국민당간의 「불편한 관계」 때문이라는 세간의 분석대로라면 정 피고인은 아버지를 대신한 희생양인 셈.
정 대표는 지금까지 세차례의 공판이 진행되기까지 한번도 법정에 나오지 않은데 대한 보도진의 질문에 『아무말 하고 싶지 않다』면서도 『아들을 본지 오래돼 얼굴보러 왔다』고 짧게 말했다.
그러나 4시간반이나 계속된 재판내내 아들을 지켜보는 수심에 찬 정 대표의 눈길에는 어쩔 수 없는 부정이 어려 있었다.
검찰은 『부를 축적하기 위해서라면 탈세까지 서슴지 않는 피고인들의 행위는 악덕 기업인들의 법경시 풍조에 경종을 울리는 의미에서 엄벌에 처해야 한다』며 맹공격했다. 정 피고인은 이에 대해 『경쟁이 격심한 국제해운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화주들에게 리베이트자금을 주어야 했고 이를 위해 비자금을 조성해야 했다』며 정상참작을 호소했다.
검찰은 피고인들에게 징역 6∼2년과 함께 탈세액 58억여원의 무려 12배가 넘는 7백20여억원을 벌금·추징금으로 구형했다.
『어떻게 그런 액수가 나왔는지 모르겠습니다.』
재판이 끝난뒤 정 대표는 검찰의 어마어마한 벌금구형에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다음번 선고공판에도 나올 것이냐는 질문에 『다음에는 어려울 것』이라고 대답한뒤 정 대표 일행은 총총히 법정을 빠져 나갔다.
기업인에서 정치인으로의 변신에는 성공했으나 아들을 쇠창살안으로 보내야 했던 정 대표의 뒷모습은 왠지 쓸쓸해 보였다.<남정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