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 수십년의 고질/바가지요금 사라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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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탈의장 운영 공익단체에 맡겨
해운대 등 부산지역 해수욕장에서 바캉스철마다 피서객들을 괴롭혀 오던 바가지요금이 올 여름부터 사라졌다.
22일 오후 10만여명의 인파가 몰린 부산 해운대 해수욕장앞 제2호 대형탈의장.
음식장판매를 겸한 이 탈의장에서 콜라·햄버거 등을 먹은 뒤 계산대를 빠져나가는 피서객들마다 고개를 갸우뚱거리고 있었다. 뭔가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들이다.
콜라 1병(3백40㎖) 4백원,캔맥주 한개 1천원,핫도그 개당 4백원,비빔밥 한그릇 2천원 등 「터무니없이」 싼 탓에 뭔가 주인의 계산착오로 여기는 모습들이다.
같은 시각 6만여 피서객이 찾은 광안리해수욕장앞 제8호 탈의장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벌어졌다.
가족과 함께 대구에서 휴가를 이용,이곳을 찾은 김명균씨(26·회사원·대구시 대명동)는 파라솔을 빌려 사이다 2병을 마시고 1시간 가량을 쉬었는데도 1천3백원을 달라고 하자 계산을 맡은 아르바이트대학생에게 『계산이 잘못된게 아니냐』며 재차 가격을 묻는다.
지난해도 이곳을 찾았었다는 김씨는 그때는 콜라 한병 2천원,맥주 3병과 안주 한접시에 2만5천원,시간당 파라솔이용료 5천원씩 등을 주어야 했었다며 도무지 믿기지 않는다는 듯 피식 웃었다.
수십년의 악폐인 바가지요금에 시달리며 익숙해진 탓에 정당한 요금이 오히려 이상스러운 것이다.
해마다 협정가격보다 5배이상 비싼 바가지요금이 판쳤던 부산지역 해수욕장들에서 이같이 신나는 피서를 할 수 있게 된 것은 관리를 맡은 일선 구청에서 바가지의 온상이었던 탈의장시설운영권을 업자가 아닌 녹색어머니회 등 공익·봉사단체들에 맡겼기 때문.
지난해까지만 해도 해수욕장을 끼고 있는 구청마다 수입을 올리기 위해 탈의장 운영권을 공개경쟁입찰을 통해 민간업자들에 넘긴 탓에 여름 한철장사를 노린 업자들의 폭리·횡포영업이 피서객들을 괴롭혔던 것이다.
『친구 2명과 함께 해운대 해수욕장을 찾았다』는 최은미씨(22·회사원·서울 홍은동)도 『골목길 포장마차보다 물건값이 싼데 놀랐다』며 『다른 해수욕장이나 관광지 등에서도 이같이 바가지요금 봉쇄 방법을 찾아주면 좋겠다』고 말했다.<부산=정용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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