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현상 공직사회도 만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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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우리사회에 만연되고 있는 3D현상에 공무원 사회도 예외일 수 없다.
극명한 예가 인기부서와 기피부서의 대폭 물갈이.
과거 끗발있는 곳, 공권력을 휘두르는 재미(?)로 몸담고 싶어하던 단속 및 민원업무 관련부서가 세태의 바뀜과 더불어 점차 외면당하는 추세다.
이는 힘들고 더럽고 위험한 이른바 「3D」 직종을 기피하는 신세대의 출현 못지않게 6·29 이후 봇물처럼 터져나오는 집단민원 등에 구태여 골머리를 앓고싶지 않다는 인식변화가 큰 원인.
최근 쓰레기 민원의 급증으로 「발을 쭉 뻗고 잘 날이 없다」고 하소연(?)하는 환경처 폐기물국에 근무 희망자가 없다는 것은 이런 세태의 한 단면.
특히 끗발도 없고 몸과 마음 고생이 심한 체신부 집배원의 경우 지난해 이직률이 10%로 87년 4.3%보다 두배 이상 높아져 1만2천여명이 우편배달 가방을 팽개치고 떠났다.
체신부 전창오 국내우편과장(50)은 『서울 체신청 집배원의 모집경쟁률이 5년전만해도 9.6대1이나 됐으나 올해는 모집정원 5백명에 10%나 미달됐다』며 인원확충의 어려움을 털어놨다.
당장 사표를 내고 떠날 정도는 아니지만 결코 가고싶지 않은 기피과가 부처마다 있게 마련이다.
철거반원과 집단 민원인들의 갈등과 충돌이 잦은 서울시 주택과를 비롯해 교통부 도시교통운영과, 노동부 근로감독관, 보사부 생활보호·자립지원과 등은 해당부처 직원이 아니더라도 수긍이 가는 곳들이다.
보사부의 한 직원은 『겉으로 보기엔 복지사회의 버팀목같이 보이지만 일부 과격한 영세민들이 생활보호에 불만을 품고 이불보따리 등을 챙겨들고 쳐들어오는 일이 종종 있는 자립지원과 같은 곳은 모두들 꺼리는 곳』이라고 머리를 흔든다.
집단민원이 아니더라도 과중한 업무에 치여 여유있는 생활을 엄두도 못내는 부서도 점차 빛을 잃고 비인기 부서로 전락(?)하는 실정.
10년전 엘리트 공무원들이 보람과 입신을 꿈꾸며 몰려들었던 경제기획원의 기획국, 건설부의 도로계획과, 농림수산부의 양정과 등이 인기부서의 대열에서 밀려났다.
또 고속승진을 바라는 공무원들이 한때 줄을 섰던 내무부 행정과도 오후 11시 이후의 늦은 퇴근·격무 때문에 오히려 꺼리는 부서로 전락했다.
최근들어 기피부서가 된 교육부 대학행정과에 5년째 근무중인 변모씨는 『솔직히 말해 다른데 가고 싶지만 오겠다는 사람이 없어 한 부서의 평균 근무기간 2년을 훨씬 넘겼다』고 줄댈 곳 없는 자신의 신세를 탓했다.
행정고시 합격자들이 배치받을 부처를 선택하는 기준도 크게 바뀌고 있다.
종전 거의 인기없던 특허청이 인기 1위로 뛰어오르고 하위권이었던 총리실도 여유를 가질 수 있고 서기관 승진연한이 11∼12년으로 비교적 빠르다는 점에서 인기부처로 떠올랐다.
반면 격무에도 불구, 사무관에서 서기관으로 승진하는데 15∼16년 걸릴 정도로 인사적체가 심해 『자식이 국민학교 다닐때도 사무관, 자식이 고시 칠 나이가 됐어도 사무관』이라는 자조섞인 농담까지 나오고 있는 경제기획원·재무부 등은 요즘 비인기부처다.
특허청이 최근 수년간 선호도 1위를 지키고 있는 것은 업무도 그다지 과중하지 않은데다 일정기간 근무하면 「변리사」 자격증까지 주어져 퇴직 후에도 월수입 3백만∼4백만원을 올릴 수 있다는 매력 때문.
한때 주위의 부러움을 한껏 샀던 해외근무도 자녀들의 교육문제 등을 이유로 인기가 뚝 떨어졌다.
노동부의 경우 8월로 임기가 끝나는 일본 노무관(3급) 후임자를 물색했으나 국장급 간부 10명이 모두 그럴듯한 이유를 들어 고사, 인선에 크게 애를 먹고 있다.
지방근무도 매한가지여서 근무평점 가산을 노리고 자칭하는 극치 일부 공무원을 빼고는 대부분 꺼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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