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땅사기 김인수씨 인생유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84년 한햇동안 24차례 무전취식하다 구속/목수로 공사판 다니다 작년에 브로커변신/정보사부지 한탕으로 18억 챙겨 그랜저 타/머리좋다 소문났지만 한글도 제대로 못써
정보사부지 매각 사기사건의 주범으로 「청와대·안기부 관계자가 뒤를 봐주고 비상한 두뇌의 소유자」로 알려졌던 명화건설회장 김인수씨(40)는 검찰조사 결과 글씨도 제대로 못쓰는 「수준 이하」의 사기꾼으로 드러나 수사 관계자들을 어이없게 만들고 있다.
김씨는 84년 검찰간부를 빙자,사기를 한 혐의로 구속돼 징역 10월을 선고받는 등 전과3범.
84년 사건에서 김씨는 「부장검사를 모시는 사람」을 사청하고 다니며 음식점·구멍가게 등에서 24차례에 걸쳐 「겨우」 34만원어치의 음식·술·담배 등을 무전취식 했다가 구속됐었다. 한마디로 「잔챙이」사기꾼에 불과했다는 얘기다. 국졸이 학력의 전부로 15년간 목수로 전전했던 김씨가 건설회사 회장으로,온 나라를 들끓게 했던 대사기꾼으로 변신한 과정을 살펴보면 놀랍기만 하다.
김씨가 부동산에 눈을 뜨게된 것은 공사판을 떠돌며 어깨너머로 배운 목수일 때문. 일반적으로 목수들은 먼저 자투리땅을 물색,건축업자에게 이 땅을 소개하고 건축공사를 벌이게 한뒤 목공일을 따내는 경우가 많아 김씨도 이런 과정에서 부동산에 대한 어설픈 지식과 함께 떠돌이 부동산 브로커들을 알게됐다는 것이다.
그러던중 지난해 3월 부동산투기를 잡기 위한 당국의 건축제한 조치가 내려지는 바람에 일거리가 없어지자 김씨는 본격적으로 부동산 브로커로 나서기 시작했다.
자잘한 매물만을 다루던 김씨는 부동산브로커 정모씨를 우연히 알게되고 정씨를 통해 구속된 전합참 자료과장 김영호씨를 소개받는다. 김씨는 지난해 10월께 김영호씨로부터 안양시 석수동 군부지 매각알선을 부탁받고 평소 알고지내던 건축업자와 거래를 추진하다 『군부대 땅을 어떻게 살 수 있느냐』고 한마디로 거절당하기도 했다. 김씨는 결국 정보사부지 한건으로 18억여원을 챙긴뒤 그랜저V6를 타고 고급룸살롱만 드나드는 거물로 행세했으나 그전까지는 1천8백만원짜리 전세집에 살던 「별볼일 없는」토지브로커에 불과했다.
김씨는 사건이 터지자 땅을 보러다니며 점찍어둔 강원도 고성 산속의 빈집에 쌀 5되·취사도구를 갖고 숨어들어가 하루 한끼씩 먹으며 10일간 지내다 추위·배고픔을 참지못해 자수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이번 사건이 김영호씨와 수배중인 곽수열씨의 합작품이지 김씨는 이런 큰일을 기획할만한 인물이 못된다고 판단하고 있다.<남정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