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선 룰 세부조항은 온통 지뢰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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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나라당 상임전국위원회의가 15일 국회에서 열렸다. 김학원 상임전국위원회 의장(右)이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오른쪽 둘째부터 강재섭 대표, 김형오 원내대표, 이재오 최고위원.조용철 기자

한나라당이 '평화 모드'로 들어갔다. 그러나 불안한 평화다. 언제든 깨질 수 있다.

15일 오전 상임 전국위가 이럴 가능성을 예고했다. 처음 분위기는 좋았다. 전날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경선 룰과 관련한 여론조사 항목을 전격 양보, 빅2(이명박.박근혜) 간 내분 상황이 수습된 걸 화제 삼아 덕담을 주고받았다.

"우리 자랑스러운 대선 주자들이 지혜와 용기로 극적 합의에 이르러 기쁘고 고맙다."(김학원 전국위 의장)

"한나라당이 폭풍우를 헤치고 나갈 저력이 있다는 걸 보여줬다."(강재섭 대표)

"사익(私益) 추구가 아닌 국익 추구의 마음으로 해나가면 반드시 정권교체의 꿈을 이룰 수 있다."(김형오 원내대표)

그러나 경선 룰 관련 당헌 개정안을 놓고 얘기하기 시작하자 대번 목소리가 올라갔다.

박 전 대표 측인 김무성 의원은 대선 후보 몫으로 지명직 최고위원 정원을 두 명 더 늘리는 방안에 대해 "명망가를 영입하는 건 좋지만 당원의 뜻보다 민심의 반영이 커지는 데 반대한다"고 맞섰다. 국민참여 선거인단에 참여할 40세 미만의 구성 비율을 두고도 논쟁을 벌였다. 강 대표가 도중 "주자들도 대승적으로 결단한 일이고 논의가 끝난 얘기"라며 "박수 치고 시원하게 통과시켜 달라"고 요청했을 정도였다.

?박관용 경선위원장 내정=이날 통과된 경선 룰은 큰 틀일 뿐이다. 구체적 사안으로 들어가면 곳곳이 지뢰밭이다.

당장 경선관리위 구성부터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위원장으로 박관용 전 국회의장만 내정됐을 뿐 양측은 자파 세력을 심기 위한 신경전을 벌일 태세다.

경선 룰도 세부사항에 들어가면 논쟁거리가 수두룩하다.

여론조사(선거인단의 20%)의 경우 ▶조사 기관 ▶설문 내용 ▶설문 방식 등을 놓고 실랑이가 벌어질 게 뻔하다. 조사기관별로 빅2의 지지도가 10~20%포인트 차이가 난다. 양측 모두 자신의 지지도가 높게 나오는 기관을 선호하고, 그렇지 않은 기관을 기피하려 할 게 틀림없다. 특정 캠프에서 특정 여론조사 기관을 불편해 한다는 얘기도 파다하다.

설문 내용도 만만치 않은 사안이다. 설문 방식을 달리하면 지지도가 10%포인트 정도 차이가 날 수 있다. 김헌태 한국사회여론연구소장은 "투표할 거냐란 질문을 던지면 이 전 시장의 지지도가 빠지는 경향이 있다"며 "조사 대상 선정과 묻는 방식 등을 두고 진통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선거인단 배분 방식도 문제다. 수도권 비중이 커지느냐, 지방 몫이 커지느냐에 따라 양측의 이해가 크게 엇갈리기 때문이다.

고정애 기자 <ockham@joongang.co.kr>
사진=조용철 기자 <youngc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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