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분수대] 도요타 대학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5면

일본에서 도요타는 자동차뿐 아니라 사람을 잘 만드는 회사로도 통한다. 교육사업에 대한 도요타의 열성은 유별나다. 세계 톱 클래스의 기업이 되려면 역시 우수한 인력양성이 관건이라는 판단에서다. 5백억엔(약 5천억원)의 기금으로 학교법인 도요타학원을 세우고 이를 통해 1981년 나고야(名古屋)에 도요타공업대학을 설립했다.

기업 부설의 전문대학쯤으로 알면 큰 오산이다. 4년제인 것은 물론 대학원의 석.박사 과정까지 운영하고 있다. 2만3천평의 캠퍼스에 학생수는 3백여명에 불과하다. 전임 교수 1인당 학생수는 7명이다. 맨투맨식 교육을 한다는 얘기다.

또 도요타는 물론 신일본제철.히타치.미쓰비시전기 등 세계적인 기업이 학생들의 현장실습과 인턴과정을 맡아준다. 졸업 후 당장 써먹을 수 있는 고급 기술인력을 양성하자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기계공학.재료공학.정보통신학을 중심으로 매년 80명 정도의 최정예 기술인력이 배출된다. 도요타공대는 일본의 경제주간지 도요게이자이(東洋經濟)가 실시한 사립대학 평가에서 톱을 차지하기도 했다. 튼튼한 재정, 기초와 실용을 동시에 강조하는 교육내용 등이 높게 평가받았다.

도요타의 '사람 욕심'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지난 9월에는 시카고대학과 협력해 대학원(TTIC)을 직접 미국에 세웠다. 일본의 대학.기업을 통틀어 정규 박사학위 과정을 갖춘 대학원을 미국에 둔 곳은 유일하다. 미국은 기계공학이나 IT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인재들이 득실거리는 곳이다. 도요타는 이들을 교수로 스카우트해 최고의 교육과 연구를 할 계획이다. 여기엔 차세대 자동차의 기초이론을 축적한다는 장기 포석도 깔려 있다.

도요타는 곧 청소년 교육에도 나선다. 영국의 명문 사립학교인 이튼을 모델로 삼은 중.고등 일관 학교를 2006년 세울 예정이다. 엘리트 교육을 시키는 일본의 이튼교다. 남학생만 1백20명을 뽑아 6년간 최고의 교육을 시키겠다고 한다. 돈 벌기에 바쁜 기업이 교육에까지 발을 들여놓는 이유는 무엇일까. 공교육이 수요에 맞는 교육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원인인 듯하다. 도요타가 주는 메시지는 "정신 차려라, 멍청이 학교들아"쯤 되지 않을까.

남윤호 정책기획부 차장대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