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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육도』<서울시 개포동3동>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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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아쉽게도 갈수록 우리식탁에서 순수한 자연의 맛이 사라져가고 있다. 봄의 미각을 돋우는 햇쑥도, 미나리로 유명한 내 고향 울산 언양의 미나리 쌈도, 복더위에도 쩌르르한 우물 맛도 어쩐지 예전만 못한 것 같다. 누구나 느끼는 것이겠지만 나는 이런 까닭에 부쩍 토속적인 맛을 찾는다.
내가 즐겨 찾는 집중 하나는 서울 강남구 개포3동 세종빌딩에 있는 추어탕 집「오륙도」(574-8226). 이 음식점은 논바닥 속에 뒤엉켜 꿈틀거리는 미꾸라지를 재료로 전통음식의 참 맛을 아주 잘 재생하는 곳이다.
개포동근처에 사는 덕에 우연히 알게된 오륙도는 우리 집안과는 각별한 인연을 갖고 있다. 특히 현재 인도네시아에 사시는 아버지(신교환·전 인도네시아교민회장)는 귀국할 때마다 만사를 제치고 오륙도를 찾는다.
오륙도의 미꾸라지는 전북김제평야에서 직접 가져오는 자연 산이라고 한다. 보통 굵기와 영양상태를 살펴 고른 뒤 삶는데 얼마만큼 삶느냐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고 한다.
특히 미꾸라지의 고단백질 파괴방지를 위해 보드라운 체로 거른 다음 손으로 갈아 정성을 기울이는데 우거지로는 여린 솎음배추를 쓴다. 된장·마늘·고춧가루·토란을 넣을 때도 재료선택에 각별치 신경을 쓴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추어탕의 뒷맛을 좌우하는 재료는 산초가루, 이것도 나무열매를 빻아만든 진짜 전초를 쓴다.
나는 미꾸라지를 물 속에 넣고 데운 뒤 찬 두부를 넣어만드는 서울 식 추어탕도 먹어보았지만 대개 입맛에 차지 않는다. 경상도식의 오륙도 추어탕이 담백해 뒷맛이 개운하다.
「오륙도」는 주말이 되면 인근 구룡산이나 대모산등산객들이 몰려와 몹시 붐 빈다. 추어탕 외에도 한치 회·복 수육 찜·낙지볶음·참치·홍어회 등이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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