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점령지 정착촌건설 중단/중동평화 협상에 전기/주택장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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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이집트와 정상회담 추진
【카이로·예루살렘 로이터·AFP=연합】 이스라엘정부가 16일 점령지인 요르단강서안과 가자지구에 대한 유대인 정착촌건설을 중단할 것을 선언한데 이어 이집트·이스라엘간 정상회담이 빠르면 오는 20일 열릴 것으로 알려져 중동평화협상에 새로운 전기가 마련되고 있다.
비냐민 벤 엘리제르 이스라엘 주택장관은 16일 지난 67년 3차 중동전이후 이스라엘이 점령해온 요르단강 서안 및 가자지구 일원에 새로운 유대인정착촌 건설을 동결하라고 지시했다고 발표했다.
엘리제르장관은 이날 육군 라디오방송회견에서 『정착촌건설과 관련,아직까지 체결되지 않은 모든 계약의 추진을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을 방문중인 미 하원 외교위소속 웨인 오웬스의원은 이번 결정으로 미 정부의 대이스라엘 1백억달러 차관보증 동결조치가 곧 풀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집트정부는 이스라엘의 정착촌 건설중단 결정이 중동평화협상 진전에 기여할 것이라고 환영하고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대통령과 라빈총리간 정상회담을 추진중이며 회담개최일은 20일이 유력하다』고 밝혔다.
◎유대인 정착촌 건설 중단의미/아랍정책 실리위주로 궤도 수정/불편해진 대미관계 개선도 겨냥
이츠하크 라빈의 이스라엘 새정부가 점령지역 유대인정착촌 건설중단을 선언한 것은 에레츠 이스라엘(유대교 경전에 나타난 약속의 땅) 회복이라는 건국이래의 이데올로기 대신 실리주의를 선택,대아랍정책 궤도를 수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스라엘은 지난해 10월 중동평화회의가 시작되면서 미국·아랍측의 줄기찬 점령지 건설중단 압력을 받아왔다. 이번 선언으로 이스라엘은 최근 불편해진 대미관계 개선 등을 겨냥하고 있다. 반면 아랍측은 이를 어떻게 수용할 것인가를 두고 내부혼란을 겪고 있다.
이츠하크 샤미르 전 총리는 『가능하다면 땅끝까지 유대인 국가를 확장하겠다』고 말했었다. 이는 이스라엘 건국이래의 꿈이고 시오니즘으로 대변되는 이데올로기였다.
이스라엘의 점령지 정착정책은 구소련의 페레스트로이카를 계기로 급속히 늘어난 러시아계 유대인 이민을 정착시킬 재정이 한계에 부닥쳤었다. 이는 또 「영토와 평화의 교환」 문제를 논의하는 중동평화회의의 장애요인이라는 국제적 비난의 표적이 됐다.
미국은 러시아계 유대인정착을 위해 약속했던 1백억달러 차관제공보증을 이를 이유로 보류,이스라엘­미 관계는 건국이래 최악으로 치달았다.
신임 이츠하크 라빈총리가 취임 사흘만에 정착촌건설 중단을 선언한 것은 ▲정착촌 건설자금을 실업률 12%의 경제난 극복에 돌리고 ▲대미관계를 개선,차관보증을 받아내며 ▲평화협상을 둘러싼 아랍측의 비난 명분을 약화시킨다는 등의 의도에 따른 것이다.
이와 관련,19일부터 중동을 방문하는 제임스 베이커 미 국무장관은 즉각 『차관보증 문제를 논의하겠다』고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이집트는 16일 『이스라엘과 이집트간 정상회담이 수주내로 카이로에서 열릴 것』이라고 공식발표,즉각 환영했다.
요르단 후세인국왕도 16일 『중대한 변화』라며 당일 예정에 없던 시리아를 방문,하페즈 알아사드국왕과 대책을 협의했다.
그러나 정작 정착촌중단의 혜택을 직접 입을 팔레스타인은 물론 이를 협상의 전제로 아랍측의 평화협상 보이콧을 주도해온 시리아는 이의 수용문제를 놓고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시리아로서는 자국이 뺏긴 골란고원 문제가 언급조차 되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이 이스라엘과의 밀월관계 회복을 시사하고 요르단·이집트 등 아랍진영 일부도 종래의 대이스라엘관을 수정하려는 기미를 보이자 당황하고 있다.<이기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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