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논술한다] 합리적 연금제도 마련하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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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여야가 연금제도 개혁안을 내놓았다. 기존 연금제도를 계속 시행하다 보면 기금 고갈에 부딪히게 될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하지만 실질적 기능을 보장할 수 있는 구체적 방안이 나오지 못한 지금의 개혁안은 근본적 대안이 될 수 없다. ①그렇다면 합리적 연금제도를 마련하기 위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현 연금제는 월 소득 9%를 내고 60세가 되면 월 평균 소득의 60%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운영돼 왔다. 그러나 우리 사회가 저출산 고령화 사회로 빠르게 진입하고 있어 2040년이 되면 연금이 고갈될 전망이다. ②이를 극복하고자 마련한 개혁안의 내용을 보면 내는 세금은 같은데 반해 노후에 받을 수 있는 금액은 평균 소득의 40% 정도라고 한다.

 ㈏그러나 현 연금제도도 실제 받는 액수는 월 평균 소득의 60% 미만이다. 60% 연금을 받기 위해서는 총 40년간 세금을 내야 하는데 보통 사람이 사회 활동을 하고 돈을 벌 수 있는 기간은 대체로 20년에 불과하다. 그런데 수급액이 40%로 감소하면 실제 받을 수 있는 연금은 그 미만이고 용돈 연금으로 전락하게 된다. ③결국 진정으로 국민연금이 필요한 저소득층에게는 쓸모없는 제도가 돼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다.

 우선 연금을 낼 수 있는 인구를 증가시켜야 한다. ④이를 위해 정부는 해외 이민자를 적극 받아들여야 한다. 미국과 같은 경우 연금제가 효율적으로 시행되고 있는데 이 중 한 가지 이유가 해외 이민자들을 받아들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한 지금 우리 사회에 가장 큰 문제인 저출산을 해결하기 위해 출산 장려정책을 펴야 한다.

 개인이 힘써야 할 문제는 의식의 전환이다. ⑤정부를 신뢰하지 못하는 생각에서 벗어나 다음 세대에게 정부의 투명성과 보장성을 각인시켜야 한다. 그리고 가족을 내 마음대로 결정할 수 없듯이 연금을 내는 것은 의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공적연금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연금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개인이 노후를 책임진다는 생각을 하면 일의 능률도 오르고 더불어 경제도 활성화되어 다음 세대의 연금 부담을 덜어 줄 수 있게 된다.

 ⑥이번 개혁안은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해줄 수 없다. 정부는 문제 해결을 위해 일자리 창출에 더욱 힘쓰고 <2786>⑦국민 모두는 개혁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노력해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는 진정한 복지국가로 거듭날 수 있게 된다.

 고결(인천 효성고3)

첨삭 ·총평

 고결 학생의 글은 국민연금제도 개혁안에 대한 문제점을 나름대로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하려고 애쓴 점이 눈에 띈다. 국민연금제도의 대안을 정부 차원과 개인 차원으로 나눠 전개한 부분도 칭찬할 만하다.

 문제는 분량 조절에 실패했다는 것이다. 논술문은 주어진 논제를 정해진 분량 안에서 명확하게 풀이해야 한다. 고결 학생은 국민연금 개혁 방안을 서술하는 데 치중한 나머지 합리적인 연금 제도에 대해서는 구체적 방안을 제시하지 못했다. 개요 작성에 충분한 시간을 할애해 본론에서 중점을 둬야 할 내용과 순서·분량까지도 명확하게 결정하고 글을 쓰는 습관을 들이면 도움이 될 것이다.
 문장력은 좋은 편이다. 문장 간 연결도 매끄럽고 길이도 적당하다. 하지만 ①과 같은 표현은 긴장감 있게 연결되던 글의 호흡을 끊고 장황한 느낌을 주기 때문에 삭제하는 것이 좋다.

 ㈎와 ㈏ 단락 전체는 국민연금의 개혁 방안을 정리했다. 핵심은 ②에서 ‘내는 세금은 같으나 노후에 받을 수 있는 금액이 기존의 60%에서 40%로 줄어든다’는 것과 ③에서 말한 ‘너무 적은 연금 액수 때문에 저소득층에게 쓸모없게 될 것이다’라는 주장이다. ②, ③의 내용을 바탕으로 두 단락을 압축적으로 정리한 다음 대안으로 제시한 ④와 ⑤의 내용을 구체화해 연결했더라면 논리 흐름이 자연스러웠을 것이다.
 게다가 ③은 근거로 적절하지 않다. 연금 수령액이 용돈 수준으로 적다고 불평하는 계층은 개인연금으로도 노후를 준비할 수 있을 만한 경제력이 있는 사람들이다. 저소득층에게 문제가 되는 것은 국민연금을 납부하지 못해 적은 액수조차 수령하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④에서 인구 정책을 통해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은 타당하다. 하지만 해외 이민자를 늘리는 정책을 사용하자는 주장에 대해 더 구체적인 근거가 필요하다. 미국의 사례가 우리에게 똑같이 적용될 수 있는지 따져줘야 한다. ⑤ 역시 ‘투명성과 보장성’에 대한 정확한 설명이 빠져 공허한 구호에 머물러 아쉽다. 이번 논제에서는 결론인 ⑥에서 새로운 주장을 하는 것보다 본론 내용을 정리하고 희망적인 미래 전망 정도로 마무리하는 것이 매끄럽다. ⑦ 역시 정부 정책의 미흡한 점을 지적한 뒤 충분한 설명이 빠진 채로 서술했기 때문에 모순된 느낌을 준다.

이병대(중앙일보NIE연구소 논술첨삭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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