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OOM IN] '올드보이' 오대수 연인도 떴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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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상도'에 '장사는 이문을 남기는 게 아니라 사람을 남기는 거다'라는 대사가 나와요. '올드보이'는 제게 박찬욱 감독님과 최민식.유지태 선배님, 그리고 스태프에 이르기까지 정말 좋은 사람들을 남겨줬다는 점에서 잊을 수 없는 작품입니다."

최근 전국 관객 2백50만명을 돌파한 '올드보이'의 강혜정(21). 개봉 초반에는 두 주연배우 최민식과 유지태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됐지만 한달이 다 돼가는 지금은 "오대수(최민식)와 사랑에 빠지는 횟집 요리사 미도가 누구냐"며 궁금해하는 관객들이 상당하다. 얼마 전에는 한 영화제에서 여우조연상도 탔다. 스무살을 갓 넘긴 나이에 불과 두번째 영화인데 흥행에 상복까지 겹쳤다. 그러나 '올드보이'는 그런 외형적 성과가 없었더라도 "사람을 남겼다"는 점에서 그에게 충분히 기억에 남는 작품이었다.

촬영장에서 강혜정의 별명은 '걸어다니는 편의점'이었단다. 자신의 촬영분이 있으나 없으나 날마다 간식거리를 한보따리 싸들고 현장에 출근 도장을 찍었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유지태가 "혜정이는 출연료 받아 먹을 것 사느라 다 썼을 것"이라고 할 정도일까. "잘해주고 싶은 사람들이랑 함께 있으면 저절로 그렇게 돼요. 영화 찍는다는 게 참 배고픈 일이거든요. 끼니도 불규칙하고 잘 먹지도 못하고. 제 매니저는 스태프를, 저는 감독님이랑 배우들을 맡아서 챙겼죠."

그렇게 현장에 꼬박꼬박 얼굴을 내미는 열정으로 그는 '좋은 사람들'에게서 '좋은 기(氣)'를 흠뻑 흡수한 듯하다. 특히 최민식.유지태에게서는 배우란 저런 모습이구나 하는 감(感)도 잡고. "두 사람 모두 자신을 적당히 괴롭힐 줄도, 적당히 용서할 줄도 아는 배우였어요. 남에게 따뜻하고 자신에게 성실하고. 아,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는 생각을 얼마나 했는지 몰라요."

서울예대 연극과를 졸업하고 송일곤 감독의 단편으로 데뷔한 그는 무려 3백대 1이라는 경쟁률을 뚫고 미도 역을 따냈다. 어디가 그렇게 특출했기에? "미니스커트 입고 하이힐 신고 갔는데 평소 안 하던 차림이라 좀 불편했거든요. 오디션 끝나고 나가다 제가 발을 헛디뎌 미끄러졌는데 나중에 박찬욱 감독님이 그러시더라고요. '넘어지는 연기가 너무 리얼해서 뽑았다'고. 하하하."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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